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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모 KP&I 전무 재연임…“한국 해운 위상에 맞는 P&I 클럽 만들 것”

성재모 KP&I 전무 재연임…“한국 해운 위상에 맞는 P&I 클럽 만들 것”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 성재모 전무가 세 번째 임기를 맡으며 조합의 사업다각화와 재무 안정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본격 추진한다.

성 전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7월 처음 선임된 이후 세 번째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그는 지난 6년간 2019년 대형 사고 이후 어려움에 처했던 KP&I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합 구성원들과 함께 수익구조 개선과 위험관리 강화에 집중해 왔다.

성 전무는 최근 해운기자단 서면인터뷰를 통해 “지난 6년간 KP&I의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 조합의 모든 구성원들과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2025년 실적이 많이 개선돼 다시 한 번 중책이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합사와 회장, 이사회, 사무국 임직원들과 혼연일체가 돼 추진 중인 여러 과제를 잘 준비하고 마무리하겠다”며 “KP&I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한국 해운의 위상에 걸맞은 P&I 클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성 전무의 새 임기에서 가장 큰 과제는 조합법 개정을 통한 사업다각화다. KP&I는 선박보험, 전쟁보험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국적선사의 해상보험 선택권을 확대하고, 국제 해운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보험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KP&I는 지난 2017년에도 선박보험과 재보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조합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손해보험업계는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에 강하게 반대했고, 금융위원회는 선박보험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중립 입장을 보였으나 재보험 사업에 대해서는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무는 현재의 해운환경은 당시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북방항로 개척과 중동 정세 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적선사를 지원할 수 있는 전문 해상보험기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북방항로 개척을 위해 보험전문가인 KP&I의 역할이 필요하고, 중동사태에서 보듯 지정학적 갈등에 위협받는 해상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합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다만 법적인 한계로 역할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해수부도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수부와 협의해 손보사와 금융위원회를 설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해운조합과도 경쟁이 아닌 상생과 협력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해상보험시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조합법 개정 이후에는 전쟁보험과 선박보험을 중심으로 사업 확대가 추진될 전망이다. 성 전무는 중동사태로 해운공급망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전쟁보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법 개정 방향과 정부 또는 시장의 백스톱 역할 등 세부 구조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다양한 해외 사례와 시장 참여자 의견을 토대로 가장 효율적인 해법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한국해운을 위한 미래 KP&I의 역할’ 관련 용역을 수행 중이다. KP&I는 인도와 싱가포르 등 정부 주도 사례, 노르웨이와 그리스 등 선주 주도 사례를 참고해 한국 해운에 적합한 전쟁보험 모델을 모색할 계획이다.

선박보험 진출을 위한 내부 준비도 진행 중이다. KP&I는 조합법 개정에 대비해 전산시스템을 정비하고 있으며, 법 개정이 이뤄지는 즉시 전문인력 확충에도 나설 방침이다.

성 전무는 “선박보험은 기본적으로 공동인수를 통해 일정 비율의 위험을 인수하기 때문에 사업 진입과 위험관리가 P&I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며 “2022년 차세대 전산 도입 당시 향후 사업영역 확대에 대비한 시스템 유연성을 확보해 신규 투자는 필요하지 않고, 내부 역량을 바탕으로 선박보험 시스템의 자체 구축도 연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KP&I는 전쟁보험과 선박보험에 이어 지체보험 등 다양한 해상보험 상품 진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성 전무는 국제그룹 소속 주요 P&I 클럽들이 선박보험, 해양플랜트·에너지 보험, 화주책임보험, 납치보험, 여객확장담보, 지체보험, 사이버보험 등 각국 특성과 회원사 수요에 맞춘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재는 조합법 개정에 최선을 다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품을 설명하기는 시기상조”라며 “법 개정이 이뤄지면 전쟁보험, 선박보험, 지체보험 등의 순서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무 정상화도 성 전무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KP&I는 2019년 대형 사고 직전까지 매년 20억∼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나, 해당 사고 이후 연간 재보험료가 500만 달러 수준 인상되면서 흑자 달성이 어려운 구조에 놓였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운항이 줄고 사고가 감소하면서 1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2021년 46억원 적자, 2022년 28억원 적자를 냈다. 이후 KP&I는 조직문화 개선과 비수익사업 정리, 해외선대 위험 축소, 국제그룹 제휴 프로그램 거래조건 개선, 사고예방 활동 강화 등을 통해 수익구조 개선에 나섰다.

성 전무는 취임 이후 멤버 지향적 조직개편, 연봉제 도입, 목표관리 방식의 성과평가를 통해 공기업적 조직문화를 개선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임직원 수도 취임 당시 34명에서 27명으로 줄여 소수정예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또 2006년부터 1,800만 달러의 누적손실을 기록하던 Crew Only 사업에서 철수했고, 전체 보험료의 15% 수준까지 확대됐던 해외선대 비중도 엄격한 인수 기준을 적용해 5% 수준으로 낮췄다. 국제그룹 제휴 프로그램에서는 KP&I의 보험료 포션을 기존보다 30% 더 확보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그 결과 KP&I는 2023년 10억원 흑자를 기록했으나, 2024년 초 가입선박 2척이 잇따라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73억원 적자를 냈다. 다만 2019년 대형 사고 이후 현재까지 재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청구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2025년과 2026년 재보험 조건을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었다.

성 전무는 “몇 년에 걸친 자구노력과 선사의 위험관리, 효과적인 사고방어가 어우러져 2025년에는 56억원 흑자를 시현할 수 있었다”며 “특히 2025년 한국 선주들이 93억원의 특별출자를 해 주면서 KP&I의 재정은 더욱 단단해졌다”고 설명했다.

해운협회는 지난해 9월 임시총회를 통해 KP&I에 100억원의 자본확충을 결의했고, 올해 3월까지 28개사가 93억원을 출자했다. KP&I의 자본금은 2025년 말 기준 627억원이다. 이 가운데 실제 출자금과 출연금은 240억원이며, 사무국이 운영과정에서 축적한 이익잉여금은 387억원이다.

성 전무는 “KP&I는 설립 초기 정부 출연을 종자돈으로 운영하며 이익을 누적했고, 선사는 2005년 톤세 도입 당시 33억원, 2025년 93억원을 지원했다”며 “민관이 협력해 가꾼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국제그룹 가입도 중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다만 성 전무는 “성장을 위해 IG에 가입해야 한다기보다는 성장해야 IG에 가입할 수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밝혔다.

그는 IG 가입을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상호보험 체계 운영 경험, 자본력, 사업구조를 꼽았다. 특히 5년 이상 Mutual 운영 경험은 명확한 요건이며, 자본력 측면에서는 연간 보험료 이상의 준비금과 최소 1억 달러 수준의 자본 기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업구조 측면에서는 국제화, 톤수, 선종 구성 등이 국제그룹에서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올라서야 한다고 봤다.

KP&I는 2023년부터 2024년 사이 Mutual 도입을 추진했으나 2024년 대형 사고로 인한 보험료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중단된 상태다. 성 전무는 이번 임기 중 이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조합법 개정이 이뤄지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생기는 만큼 자본력 목표에 다가가기 한결 쉬워질 것”이라며 “톤수와 선종 이슈는 IG 제휴 프로그램이 커지면서 어느 정도 근접해 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국제화도 조심스럽게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고예방 활동도 강화된다. KP&I는 P&I 단일 종목을 취급하고 있어 사고 발생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보험사보다 크다. 성 전무는 이를 사업다각화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설명하면서도, 동시에 해상사고 저감 활동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KP&I는 창립 이후 26년간 사고예방과 위험관리에 관한 책자 3,000여 권을 무료로 발간해 조합원사와 업계에 제공해 왔다. 선박사고예방지침서, P&I 사고와 교훈, 선장용 핸드북, 선원용 포켓 가이드, 사고예방 게시물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지난 10년간 발행된 회보를 이슈별로 정리한 ‘KPI Circular 모음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또 선박 내 괴롭힘, 실습선원 이슈, 온실가스 규제와 용선계약, 연료유 문제와 클레임, 중대재해처벌법, 제재, 전자선하증권 등 새롭게 등장하는 위험에 대해서도 정보 제공, 세미나, 매뉴얼 배포, 판례 소개, 워킹그룹 활동 등을 통해 선사들이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북극항로 투입 선박에 대한 위험평가 도구를 개발해 향후 북극항로의 상업 운항에 대비한다. 지난 4월에는 한국해양수산연수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해양사고 정보 교환, 사고 예방 및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공동연구, 해양안전 포럼 정례 개최, 전문인력 교류와 교육 지원, 사고사례 기반 교육 콘텐츠 공동 개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KP&I는 업계와의 소통도 확대할 계획이다. 2019년까지 매년 11월 말 멤버사, 중개사, 유관기관, 기자단 등 200여 명을 초청해 해상보험 동향과 다음해 갱신 시장 상황을 공유하는 갱신세미나를 개최했으나, 코로나19 이후 중단된 상태다.

성 전무는 행사 자체는 중단됐지만 계약팀과 보상팀이 함께 고객사를 정기 방문하고, 멤버사별 맞춤형 방문교육을 확대하면서 업계와의 교류는 오히려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합법 개정이 마무리되면 KP&I가 계획하는 사업 방향과 미래상을 전 조합원사에 설명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 전무는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지만 포기할 수 없는 긴 여정”이라며 “조합법 개정과 사업다각화, 자본 확충, 사고예방 활동 강화를 통해 KP&I가 한국 해운산업의 안정적 성장과 해상보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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