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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 통항 39척 반등했지만 에너지 수송 정상화 ‘먼 길’…호르무즈 8척

홍해 통항 39척 반등했지만 에너지 수송 정상화 ‘먼 길’…호르무즈 8척

홍해 남단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이 일주일여 만에 가장 많은 수준으로 늘었지만, 중동 에너지 수송망이 정상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통항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으며, LNG운반선은 지난 11일 이후 통항이 끊긴 상태다. 홍해에서는 일부 중형 유조선과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이 운항을 재개했지만 후티의 사우디 선박 공격 위협이 계속돼 선사들의 경계도 풀리지 않고 있다.

29일 로이터가 해운분석업체 Kpler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8일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39척으로 지난 19일 이후 가장 많았다. 최근 선박 통항이 20척 안팎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외형상 운항이 회복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통항 선박의 구성은 중동 에너지 수송이 전면적으로 정상화됐다고 보기에는 제한적이었다.

홍해를 빠져나간 선박 가운데 원유를 운송한 선박은 주로 아프라막스급이었다. 아이소포스호와 구스타프호는 각각 75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싣고 아덴만으로 이동했으며, 카라치호는 약 43만배럴의 원유를 싣고 파키스탄으로 향했다.

홍해로 진입한 선박 중에는 휘발유 혼합원료인 메틸터셔리부틸에테르 약 34만5천배럴을 운송하는 벨로스 아쿠아리우스호와 화학제품 약 9만3천배럴을 싣고 튀르키예로 향하는 씨 앰비션호가 포함됐다.

통항량은 늘었지만 초대형 유조선 중심의 대규모 원유수송이 본격적으로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선박들이 자동식별장치를 끄고 운항했을 가능성도 있어 공개 자료만으로 전체 통항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29일에는 초대형 유조선 소피아호와 아프라막스급 오션 로리어트호 등 원유를 실은 선박이 바브엘만데브해협을 빠져나온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일부 대형 유조선이 다시 홍해 항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지만, 단발성 통항이 안정적인 운항 재개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홍해 통항이 반등한 것과 달리 호르무즈해협의 운항 상황은 여전히 부진했다.

지난 28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8척에 그쳤다. 이 가운데 5척이 페르시아만 안으로 진입했고 3척이 빠져나왔다. 진입 선박에는 화물을 싣지 않은 초대형 유조선 니소스 케아호가 포함됐다. 29일에는 집계 시점까지 선박 1척만 해협을 통과했다.

특히 LNG운반선의 통항 중단이 장기화하고 있다.

Kpler에 따르면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 다스아일랜드 LNG 시설에서 화물을 선적한 알 함라호가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간 이후 LNG운반선의 추가 통항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LNG선은 페르시아만 안으로 진입하거나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Kpler 집계 당시 페르시아만 내부에는 LNG운반선 21척이 남아 있었다. 이 가운데 13척은 공선, 5척은 화물을 실은 상태였으며 나머지는 카타르 라스라판과 아랍에미리트 다스아일랜드, 두바이 제벨알리 등에 접안해 있었다.

호르무즈해협은 카타르산 LNG가 중동 외 지역으로 나갈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해상 수출로다. 아랍에미리트 LNG 수출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LNG선 통항이 계속 중단되면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의 생산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더라도 실제 수출에는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바브엘만데브해협의 불안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예멘 후티 세력은 지난 28일 홍해에서 사우디 유조선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후티는 앞서 사우디 항만에서 화물을 싣거나 내리는 선박을 공격할 수 있다며 해상봉쇄를 선언한 바 있다.

일부 중국행 선박은 중국 당국이 후티 측과 개별적으로 안전통항을 협의한 뒤 홍해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티의 봉쇄 선언 이후 사우디 항만에서 원유를 선적한 중국행 유조선 최소 4척이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과했다.

반면 초대형 유조선 뉴 챔피언호와 뉴 프라임호는 안전 우려로 바브엘만데브해협 진입을 포기하고 아덴만에서 되돌아갔다. 뉴 챔피언호는 사우디 얀부항에서 원유를 선적할 예정이었으며, 뉴 프라임호는 이미 원유를 적재한 상태였다.

선박별로 안전통항 여부가 달라지는 상황이 이어지면 국제 해운시장의 항로 선택과 보험료도 선박의 선적과 국적, 화물 목적지에 따라 차별화될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 얀부항에서 출항한 선박이 바브엘만데브해협을 거쳐 아시아로 향하면 평균 16일이 걸리지만, 수에즈운하를 통과한 뒤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갈 경우 항해기간은 약 50일로 늘어난다. 운항기간 증가로 연료비와 용선료, 보험료 부담도 함께 확대된다.

국내 에너지 수급에는 당장 대규모 공급 부족보다 운송 지연과 도입비용 상승이 더 큰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70%를 중동에서 도입하고 있으며 중동산 원유의 95% 이상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호르무즈 통항 부진이 장기화하면 국내 정유사들은 미국과 서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수입선을 전환해야 하지만 항해거리 증가에 따른 운임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산업통상부는 국내 정유업계가 확보한 7월과 8월 원유 도입물량이 전년 같은 기간 이상이라며 단기 수급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해협 통항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정유·해운업계와 원유 도입 상황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

LNG는 원유보다 중동 의존도가 낮아 즉각적인 공급 부족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국내 LNG 도입량 가운데 중동산 비중은 2024년 약 3분의 1에서 2025년 말 20% 미만으로 낮아졌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카타르산 물량은 국내 전체 LNG 도입량의 약 14%다.

그러나 카타르산 LNG 수송이 장기간 중단되면 한국가스공사와 민간 직수입사들이 호주와 미국, 동남아시아산 현물 LNG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대체물량 구매가 아시아 현물가격 상승과 맞물릴 경우 발전용 연료비와 전력시장 비용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해운시장에서는 홍해 통항 재개가 선박 공급을 늘려 운임 상승세를 제한할 수 있지만, 호르무즈해협의 통항 부진과 희망봉 우회가 이어질 경우 유조선과 LNG선의 운항거리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특히 LNG운반선이 페르시아만 내부에 묶이고 카타르발 선적이 감소하면 단기적으로 실제 화물 물동량은 줄어드는 반면, 미국과 호주 등 대체 공급지에서 한국과 아시아까지의 장거리 운송수요는 증가할 수 있다.

바브엘만데브해협의 통항량 반등은 중동 해운시장의 긴장이 일부 완화됐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LNG선의 이동이 중단된 상황을 고려하면 에너지 수송망의 실질적인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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