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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미국산 LNG 33척분 긴급 매입…한국 등 아시아 공급 보전

카타르, 미국산 LNG 33척분 긴급 매입…한국 등 아시아 공급 보전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자국산 액화천연가스 수출에 차질을 빚은 카타르가 미국산 LNG를 대규모로 사들여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장기계약 고객의 공급 공백을 메우고 있다.

중동산 LNG 공급 차질이 미국산 현물 구매와 장거리 해상운송 확대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LNG 교역과 운반선 수요도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0일 로이터가 무역·산업계 관계자 4명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 에너지기업 카타르에너지는 올해 미국산 현물 LNG 33척분을 구매했다.

구매 물량은 한국과 대만, 방글라데시, 인도,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고객에게 공급됐거나 운송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카타르에너지가 지난해 구매한 미국산 LNG가 4척분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구매량은 8배 이상 증가했다.

카타르가 자국에서 생산한 LNG를 수출하는 대신 경쟁국인 미국에서 현물 물량을 확보해 기존 고객에게 공급하는 이례적인 조달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카타르에너지가 매입한 33척분은 중동 분쟁 이전 카타르에너지의 한 달 LNG 수출량 가운데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거래금액은 약 10억달러로 추산됐다.

전체 물량 가운데 28척분은 이미 고객에게 전달됐으며, 나머지 5척분은 한국과 대만, 인도로 운송되고 있다. 다만 국가별 공급량과 한국에 배정된 정확한 척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산 LNG는 현지 생산기업 벤처글로벌과 벤처글로벌의 기존 고객들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에너지와 벤처글로벌은 관련 구매 내용에 대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카타르에너지는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통항을 차단한 이후 LNG 공급계약에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불가항력 선언으로 공급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음에도 미국산 대체물량을 구매한 것은 수십 년간 쌓아온 안정적인 LNG 공급자로서의 신뢰를 유지하고 핵심 아시아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카타르는 통상 LNG 수출량의 약 80%를 아시아 시장에 공급한다. 한국과 일본, 대만, 인도 등은 발전과 산업용 연료 공급을 위해 카타르와 장기계약을 맺고 LNG를 도입해 왔다.

한국은 지난해 총 4천684만톤의 LNG를 수입했다. 국가별로는 호주가 1천470만톤으로 31.4%를 차지했고 말레이시아가 750만톤으로 16.1%, 카타르가 700만톤으로 14.9%를 기록했다.

미국산 LNG 도입량은 440만톤으로 전체의 9.4%였다.

한국가스공사는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2024년 국내 LNG 도입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던 중동산 비중을 지난해 말 20% 미만으로 낮췄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카타르산 물량도 국내 전체 LNG 도입량의 약 14%로 줄어 당장 심각한 공급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카타르산 장기계약 물량을 미국산 현물 LNG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격 차이와 추가 운송비가 국내 도입가격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현물 LNG 가격이 장기계약 가격보다 높거나 장거리 운송비가 추가될 경우 한국가스공사와 민간 직수입사의 도입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카타르발 LNG가 미국산으로 대체되면 해상운송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미국 걸프만에서 동북아시아까지 LNG를 운송하려면 파나마운하나 아프리카 희망봉 등을 이용해야 해 카타르에서 한국으로 운항할 때보다 항해거리와 선박 투입기간이 길어진다.

미국산 LNG는 목적지 제한이 상대적으로 적어 시장 상황에 따라 아시아와 유럽으로 화물을 전환하기 쉽다는 특징도 있다.

미국발 아시아행 물량이 증가하면 LNG운반선이 한 차례 화물을 운송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 길어져 톤마일 수요와 가용 선복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카타르발 수출량 감소로 기존 중동 노선에 투입됐던 LNG선이 다른 항로로 이동할 수 있어 단기 운임은 대체물량의 규모와 선박 재배치 속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미국은 최근 LNG 생산·수출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올라섰으며, 카타르에너지가 지분 70%를 보유한 미국 골든패스 LNG 터미널도 지난 4월 첫 화물을 선적했다.

카타르가 미국 내 LNG 생산시설 투자와 현물시장을 동시에 활용하면서 호르무즈해협에 의존하지 않는 대체 공급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국 조선업계에도 미국발 LNG 수송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LNG운반선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33척분 구매는 공급 차질에 대응한 현물거래인 만큼 곧바로 신규 선박 발주로 연결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중동 사태 장기화와 미국 LNG 증설사업의 가동률, 기존 LNG선의 재배치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한다.

호르무즈해협에서는 카타르 LNG선의 운항 재개 움직임도 나타났다.

카타르에너지가 통제하는 LNG운반선 알 아리시호는 지난 29일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왔다. 선박 추적자료에서 확인된 카타르에너지 LNG선의 출항은 지난 11일 이후 약 3주 만에 처음이다.

라스라판에서 LNG를 선적한 알 아리시호는 파키스탄 카심항으로 향하고 있다.

29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진입 6척과 출항 6척을 합쳐 12척으로 앞선 이틀보다 늘었다.

그러나 카타르에너지 LNG선의 출항이 현재까지 1척에 불과하고, 일부 선박은 자동식별장치를 끈 채 운항하는 것으로 추정돼 LNG 수출이 정상화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한국과 카타르는 지난 6월 에너지장관 회담을 통해 한국에 대한 LNG와 콘덴세이트의 우선 공급 방침을 재확인했다.

카타르의 미국산 LNG 대체공급은 당시 양국이 확인한 에너지 공급망 협력이 실제 물량 조달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핵심은 미국산 대체물량 가운데 한국에 공급된 규모와 국내 도입가격에 추가 비용이 반영되는지 여부다.

카타르 LNG선의 호르무즈 통항이 본격적으로 재개될지, 미국산 대체조달이 일시적인 비상조치에 그칠지 장기적인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지도 국내 가스·해운·조선업계가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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