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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이드

AI 반도체가 전자상거래 밀어냈다…아시아 항공물류 판도 재편

AI 반도체가 전자상거래 밀어냈다…아시아 항공물류 판도 재편

글로벌 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아시아 항공화물 시장의 성장축을 중국발 전자상거래에서 반도체와 서버 등 고부가가치 첨단화물로 바꾸고 있다.

한국과 대만, 일본, 동남아시아를 잇는 반도체 공급망을 중심으로 항공사들이 화물노선과 대형 화물기 배치를 재편하면서 한국의 반도체 수출과 인천공항의 글로벌 화물 허브 경쟁력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로이터는 29일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첨단 메모리반도체와 프로세서, 서버랙, 데이터센터 장비가 아시아 항공화물 시장의 주요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항공화물 수요 확대를 이끌어온 중국발 저가 전자상거래 물량은 미국과 유럽의 소액면세 제도 축소와 규제 강화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반면 AI 관련 화물은 다년간의 반도체 주문과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에 힘입어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의 올해 2분기 화물사업 매출은 1조5천4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46% 증가했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와 서버랙, 데이터센터 인프라 운송수요가 화물사업 성장을 이끌었으며, 한국산 화장품 수출 증가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대한항공은 AI 관련 화물이 중국발 전자상거래를 대신해 화물사업의 주요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와 첨단 프로세서 주문이 향후 2∼3년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수요가 공급을 웃돌고 있어, 항공화물 시장에서도 AI 공급망을 둘러싼 장기 운송수요가 형성되고 있다.

AI 관련 화물은 전체 항공화물에서 차지하는 중량이나 부피보다 금액 비중이 월등히 높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지난해 AI 관련 제품이 항공화물 물동량의 약 7%에 불과했지만 운송된 상품가치 기준으로는 53.5%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했다.

첨단 반도체와 그래픽처리장치, 반도체 제조장비는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으면서 제품가격이 높고 납기 지연에 따른 손실이 크다.

데이터센터 건설 일정에 맞춰 장비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해상운송보다 비용이 비싼 항공운송을 이용할 유인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완성된 서버랙과 데이터센터 장비의 항공운송도 늘고 있다.

서버랙은 반도체보다 부피가 크고 충격과 온도, 습도에 민감해 일반 전자상거래 화물과 다른 적재·고정·보안관리 기술이 필요하다. 항공사와 물류기업에는 운송단가가 높은 특수화물 시장이 확대되는 셈이다.

아시아 항공화물 노선도 반도체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은 첨단 메모리반도체, 대만은 최첨단 반도체 생산, 일본은 반도체 제조장비 분야에서 주요 공급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는 북미와 유럽으로 수출되는 AI 서버와 관련 장비의 생산·조립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항공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발 항공 수출 증가분의 약 80%가 기술제품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타이베이와 방콕, 하노이 등 반도체 생산거점과 일본 나리타공항을 연결하는 화물기 운항을 확대하고 있다. 전일본공수도 일본화물항공과의 통합을 바탕으로 대형 화물기를 태평양과 유럽 노선에 집중하고, 아시아 네트워크를 통해 반도체 화물을 모으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 항공사들도 AI 화물 확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중화항공은 제조업체들의 생산거점 다변화에 맞춰 동남아시아 화물노선을 늘렸으며, AI 관련 수요에 힘입어 상반기 화물 운송량이 전년 동기보다 8.1% 증가했다. 에바항공은 AI 관련 화물이 전체 화물매출의 최대 절반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반도체와 AI 장비 운송 증가로 주요 공항의 화물처리 능력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상반기 화물처리량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전년 동기보다 8.7% 늘었다. 대만 타이베이 화물터미널은 지난 7월 AI·반도체 화물이 집중되면서 처리능력이 한계에 도달했고, 미국과 아시아 역내 노선의 화물공간도 부족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항공물류 시장에는 반도체 수출 증가가 직접적인 성장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7월 1∼20일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80.6% 증가했다. 다만 수출 증가에는 물량 확대뿐 아니라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 효과도 크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고대역폭메모리와 첨단 메모리반도체 수출이 늘어나면 인천공항을 통한 긴급 항공운송과 환적화물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제조장비와 서버, 데이터센터 부품까지 운송품목이 확대되면 대한항공뿐 아니라 포워더와 특수물류기업, 보세창고, 보안·포장업체에도 새로운 사업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공항이 AI 화물 수요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려면 처리량 확대뿐 아니라 고가화물에 특화된 시설과 운영체계를 갖춰야 한다.

반도체와 정밀장비는 진동·충격 방지, 온·습도 관리, 실시간 화물추적과 보안운송이 필수적이다. 대형 서버랙을 처리할 수 있는 화물터미널과 특수장비, 신속한 통관체계도 중요해지고 있다.

항공화물 운임과 선복 확보 경쟁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AI 관련 화물이 높은 운임을 지불하며 항공기 적재공간을 선점하면 자동차부품과 일반 전자제품, 신선식품 등 다른 수출화물의 운송비가 오르거나 예약이 지연될 수 있다.

중동지역의 항공노선 차질과 높은 연료가격까지 겹칠 경우 화물수요 증가가 항공사의 매출 확대에는 도움이 되더라도 연료비와 우회운항 비용이 수익성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도 2분기 화물매출이 증가했지만 연료비 상승으로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4% 감소했다. AI 화물 확대가 항공사의 외형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비용관리와 운임전략이 실제 수익성을 좌우하는 구조다.

해상과 항공을 결합한 복합운송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고가 반도체와 긴급 부품은 항공편으로 운송하고, 부피가 큰 서버 구조물과 데이터센터 냉각·전력설비는 해상운송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국내 종합물류기업에는 부산항과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해상·항공 복합운송 상품을 개발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시아 항공화물 시장의 성장축이 전자상거래에서 AI 공급망으로 이동하면 항공사 간 경쟁도 단순한 운임 경쟁에서 첨단화물 처리능력 경쟁으로 바뀔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인천공항이 한국의 반도체 생산기반을 항공물류 경쟁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화물기 노선과 터미널 시설뿐 아니라 특수포장과 보안, 통관, 내륙운송을 아우르는 전용 물류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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