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통항 25척으로 다시 감소…호르무즈는 공선 탱커 2척뿐
중동 에너지 수송의 핵심 길목인 바브엘만데브해협의 선박 통항량이 하루 만에 다시 줄었다.
호르무즈해협에서는 화물을 싣지 않은 유조선 2척만 페르시아만 안으로 진입한 것으로 파악돼 중동산 원유와 LNG 수송이 정상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일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25척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8척이 홍해로 진입했고 7척이 홍해를 빠져나갔다. 통항 선박에는 초대형 원유운반선 2척과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1척, 아프라막스급 유조선 5척이 포함됐다.
바브엘만데브해협 통항량은 지난 28일 39척으로 7월 19일 이후 가장 많은 수준까지 증가했지만 이틀 만에 25척으로 다시 감소했다.
29일에는 5척만 해협을 빠져나오는 등 일별 선박 통항량의 변동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 대형 유조선이 운항을 재개했지만 안정적인 회복세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바브엘만데브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해상교통로다. 수에즈운하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가스운반선이 이용하는 핵심 길목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호르무즈해협의 운항 차질이 장기화하자 동부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동서송유관을 통해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보내 수출해 왔다.
그러나 예멘 후티 세력이 사우디 항만과 선박을 대상으로 해상봉쇄를 선언하면서 호르무즈해협의 대체 수송로였던 홍해 항로까지 불안정해졌다.
일부 유조선은 선박자동식별장치를 끄고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사우디 얀부항에서 인도 정유사 물량을 선적한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아마존호와 아프라막스급 로도스호는 지난 22일 자동식별장치를 끈 뒤 바브엘만데브해협을 빠져나와 인도로 향했다.
아마존호는 원유 100만배럴, 로도스호는 70만배럴을 각각 운송하고 있다. 선박 운영사는 안전을 위해 위험해역에서 자동식별장치를 차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식별장치를 끈 선박은 공개 선박 추적자료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실제 통항량은 25척보다 많을 가능성이 있지만, 선박들이 위치정보 노출을 피해야 할 정도로 운항위험이 높다는 점도 동시에 보여준다.
호르무즈해협의 통항 상황은 홍해보다 더 부진했다.
지난 30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공개자료에서 확인된 선박은 유조선 2척에 그쳤다. 두 선박 모두 화물을 싣지 않은 공선 상태로 페르시아만 안으로 진입했다.
해협을 빠져나온 적재 유조선이나 LNG운반선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선박이 자동식별장치를 차단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공개된 움직임만 보면 중동산 에너지의 실제 수출이 본격적으로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선 유조선이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간 것은 향후 원유를 선적하기 위한 움직임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선박이 산유국 항만에 입항해 원유를 선적한 뒤 다시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와야 실제 수출물량으로 이어진다. 공선 진입만으로 원유 공급망이 정상화됐다고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앞서 지난 28일에는 호르무즈해협을 8척이 통과했다. 5척이 페르시아만 안으로 진입하고 3척이 빠져나왔으며, 진입 선박 가운데는 공선 상태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니소스 케아호가 포함됐다.
이후 통항량이 다시 2척으로 줄면서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운항이 여전히 일시적이고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호르무즈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의 원유와 카타르산 LNG가 국제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수송로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70%를 중동에서 조달하며, 중동산 원유의 95% 이상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해협 운항 부진이 장기화하면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도입 일정과 선박 배치, 재고 운영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만 국내 정유업계가 확보한 7월과 8월 원유 도입물량은 전년 같은 기간 이상으로, 단기적인 국내 원유 수급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정유·해운업계 및 한국석유공사와 한국행 유조선의 운항상황을 점검하고,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중동 이외 지역의 대체물량 확보 가능성도 살피고 있다.
LNG 수급도 즉각적인 공급 부족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LNG 도입량 가운데 중동산 비중은 2024년 약 3분의 1에서 지난해 말 20% 미만으로 낮아졌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카타르산 물량은 국내 전체 LNG 도입량의 약 14%다.
그러나 호르무즈 통항 부진이 장기화하면 카타르산 장기계약 물량을 미국과 호주 등 다른 지역의 LNG로 대체해야 한다.
대체 공급지는 카타르보다 한국까지의 항해거리가 길어 LNG운반선 투입기간과 운송비가 늘어난다. 현물 LNG 구매가격과 해상운임이 동시에 상승하면 국내 발전용 연료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운시장에서는 홍해와 호르무즈의 동시 불안이 탱커 운임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항로를 우회하면 선박 한 척의 운항일수가 길어져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복이 줄고 톤마일 수요가 증가한다. 사우디 얀부항에서 대만까지 바브엘만데브해협을 이용하면 약 19일이 걸리지만, 수에즈운하와 지중해를 거쳐 희망봉을 돌아갈 경우 약 48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장거리 우회에 따른 연료비도 약 126만달러에서 287만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수에즈운하 통항료 약 100만달러가 추가될 수 있다. 해상운송 차질이 장기화할수록 원유 가격보다 운임과 보험료가 실질적인 도입비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전쟁위험보험료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후티의 사우디 선박 공격 이후 남부 홍해 항해에 적용되는 전쟁위험보험료는 일부 선사의 경우 선박가액의 1% 이상으로 상승했다. 사우디 남부 항만을 기항하거나 사우디와 연계된 선박에는 최대 3% 수준의 보험료가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해 통항량이 39척에서 25척으로 다시 줄고 호르무즈에서는 공선 유조선 2척만 확인된 것은 중동 에너지 수송망이 아직 정상화 단계에 들어서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단순한 통항 척수보다 선박의 크기와 적재 여부, 선적항과 목적지, 자동식별장치 차단 여부를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호르무즈해협에 진입한 공선 유조선이 실제 원유를 선적해 빠져나오는지, 한국행 유조선과 LNG선의 출항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지가 중동 에너지 공급망 회복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