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호르무즈 원유 최대 29.8달러 할인…선박 확보가 거래 조건
이라크가 호르무즈해협 안쪽에서 선적하는 바스라 원유에 배럴당 최대 29.8달러의 파격적인 할인을 제시했다. 원유 구매자가 직접 선박을 확보해 해협 통항 위험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중동산 원유 거래에서 선박과 보험 확보 능력이 가격 경쟁력보다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3일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 국영 석유판매회사 SOMO는 장기계약 구매자들에게 8월 선적분 바스라 미디엄과 바스라 헤비 원유의 계약 물량을 신청하도록 요청했다.
원유는 호르무즈해협 안쪽에 있는 바스라 석유터미널과 이라크의 단일계류시설 및 관련 시설에서 본선인도조건으로 인도된다. 본선인도조건은 판매자가 선박에 화물을 적재할 때까지 책임지고 이후 해상운송과 보험, 통항 위험은 구매자가 부담하는 거래방식이다.
SOMO가 제시한 바스라 미디엄 할인폭은 선적 시기에 따라 관련 도착지역 기준가격보다 배럴당 25∼27달러 낮은 수준이다. 바스라 헤비는 배럴당 27.8∼29.8달러 할인된다. SOMO는 할인 제안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통상 200만배럴가량을 적재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 한 척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바스라 헤비의 최대 할인 규모는 약 5960만달러에 달한다. 다만 실제 구매비용은 VLCC 용선료와 전쟁위험보험료, 선원 위험수당, 운항 지연과 선박 손상 위험 등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
이번 할인은 이라크 원유의 품질이나 수요 부진보다 호르무즈해협 통항 위험을 가격에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라크 남부 원유 수출시설은 호르무즈해협 안쪽에 있어 바스라 원유를 인수한 선박은 반드시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선박 공격 보도가 이어지면서 주말 동안 호르무즈해협에서 외부에 확인되는 선박 통항량도 다시 감소했다. 일부 선박은 선박자동식별장치를 끄고 운항할 수 있어 공개자료만으로 전체 통항량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선사와 화주들의 운항 부담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실제 바스라 원유를 선적한 VLCC의 제한적인 출항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라크 바스라 원유 약 200만배럴을 선적한 VLCC 노블호는 같은 달 31일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와 중국으로 항해하고 있다.
중국 페트로차이나도 VLCC 자메이카 프로스페리티호를 잠정 용선했다. 이 선박은 3일 전후 이라크 바스라항에서 원유를 선적해 중국으로 운송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페트로차이나는 관련 용선계약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이라크가 대규모 가격 할인을 제시한 것은 선박을 구하지 못하면 원유를 판매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할인폭이 확대되더라도 전쟁위험지역에 선박을 투입할 선주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보험사가 담보 제공을 제한하면 실제 선적은 이뤄지기 어렵다.
국내 정유사가 할인 물량을 구매할 경우 원유 도입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VLCC 용선료와 전쟁위험보험료가 할인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 선박 통항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면 원유 도착 일정이 불확실해지고 체선료와 대체 원유 구매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
국내 탱커선사에는 높은 운임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선박 피격과 억류, 선체 손상 가능성이 커진 만큼 선박 소유자와 용선자 간 위험비용 분담, 보험 담보 범위, 불가항력 조항을 둘러싼 협상이 선행돼야 한다.
이라크는 호르무즈해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북부 키르쿠크에서 튀르키예 지중해 연안 제이한항으로 이어지는 송유관 수출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이라크와 튀르키예는 최근 해당 송유관을 통해 하루 최소 75만배럴을 수출하는 내용의 1년짜리 협정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이라크가 원유 할인과 육상 송유관 확대를 병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원유 거래의 핵심도 원유 확보에서 실제 운송 가능한 선박과 보험을 확보하는 문제로 옮겨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