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 뒷받침돼야 한다

  • 등록 2006.11.28 10: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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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정책포럼, 비전2030 토론회

성장지상주의엔 국가 미래 없다


올해 정부가 내놓은 국가 장기발전전략 ‘비전2030’을 어떻게 볼 것인가.


여기에 대한 학계의 첫 평가가 나왔다.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좋은정책포럼이 주최하고, 한국개발원(KDI)이 후원한 ‘한국의 발전모델과 비전2030’ 심포지엄에서는 ‘비전2030’에 대한 비판과 조언이 잇따랐다.

  

'비전2030'에 대한 학계의 주요 비판은 우선, 정부의 역할을 강조된 나머지 노동과 자본, 시민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이 부재하다는 것. 즉 비전을 실현하려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노-사-정-민 4주체의 역할이 필수적인데, 비전2030에는 정부의 역할만 나열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또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흐름에 대한 모호한 입장으로 인해 미래 한국의 경제, 사회, 국가에 대한 분명하고 일관된 입장이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심포지엄에 참여한 학자들은 우리 사회가 성장지상주의적 패러다임에 갇혀 국가의 미래 장기전략의 의미를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데는 인식을 같이 했다.


미래 한국은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

 

이날 토론 발제에 나선 경북대 김형기 교수(좋은정책포럼 공동대표)는 이날 ‘한국의 발전모델과 비전2030의 의미’ 발제문을 통해 “저성장, 양극화라는 구조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려는 비전2030은 확실히 과거 정책패러다임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비전2030이 지향하는 미래 한국의 경제, 사회, 국가에 대한 분명하고 일관된 입장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경제시스템과 관련,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노동운동의 압력이 없는 ‘자유시장경제’(liberal market economy)를 지향하는지, 혹은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노사정간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통해 경제를 운영하는 ‘조정시장경제’(coordinated market economy)를 지향하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또 주주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주주 자본주의’와 주주·노동자·채권자 등 기업의 이해관계들이 함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중 어느 것을 지향하는지 알기 힘들다.

  

김 교수는 “(국가성격과 관련) 복지국가, 신자유주의국가, 복지공동체 중 어느 것을 지향하는지, 또 중앙집권국가와 지방분권국가 중 어디에 방향을 맞췄는지 분명하지 않다”며 “비전2030이 실현되려면 이러한 다양한 패러다임 중 어디를 지향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방향제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비전2030에는 △수출-내수간, 대기업-중소기업간 산업연관에 대한 고려 △지방 △여성 △통일에 대비한 비전 등이 빠져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김 교수는 “중앙집권-수도권 일극발전체제 하에서 지방이 위축되고, 남성편향적이고 성차별적인 사회경제체제가 성장잠재력을 소진시키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비전2030에는 지방과 여성의 시각과 입장이 정당하게 반영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비전을 실현하려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노-사-정-민 4주체의 역할이 제시돼야 하는데, 비전2030에는 정부의 역할만 제시되어 있고 노사 양측과 시민이 해야 할 역할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앞으로 한반도 정세와 통일 달성 여부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남북간 경제협력 나아가 경제통합의 수준별 시나리오에 따른 시뮬레이션 결과를 반영하지 않은 비전 작성은 그 의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성장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경북대 이정우 교수는 “과거 경제개발모델은 있었지만 한 세대 앞을 내다보고 경제와 사회를 통합한 장기계획이 나온 것은 이번 비전2030이 처음”이라며 “그런데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적 편견과 정치적 해석 등으로 인해 비전2030의 의미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중국도 성장과 분배를 조화하는 ‘화해사회’를 장기비전으로 삼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여전히 기득권세력의 반분배, 반복지 이념이 강하다”며 “사회발전을 통해 경제발전이 이뤄지고, 사회지출을 통해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동반성장에 대한 인식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비전2030에서는 성장지상주의와 시장맹신주의를 지양하고, 이를 극복한다는 점을 보다 명시적으로 밝히는 것이 좋다”며 “옳은 길이니까 좀 더 용기를 갖고 밀어붙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전2030의 지속성을 위해선 정치적 합의와 실천주체에 대한 명확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려대 임혁백 교수는 “과거 성장지상주의에서 탈피한 새로운 발전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며 “그러나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추진되려면 비전2030이 제시하는 목표와 과제에 대한 통일된 의견과 이를 위한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카톨릭대 이영자 교수는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향후 정책은 사회적 양자를 중심에 둬야 한다는 점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내년 대선에서 각 정치세력들은 집권을 위한 단기계획 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도전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장기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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