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활동이 미국 수사기관의 도ㆍ감청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우리 기업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3월 미국 정부는 테러방지법(PATRIOT Act)을 개정해 카르텔과 같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 사안에 대해 수사기관의 감청 권한을 부여했다.
테러방지법 수정안 제113조는 이 법에 준용되는 미국 연방법률 제18장(형사소송법)의 제2516조(전화, 구두, 전기통신의 감청에 관한 권한) 제1항에 (r)호를 신설해 테러방지법을 적용해 감청할 수 있는 대상에 반독점법인 ‘셔먼법(Sherman Act)’ 제1조(카르텔과 같은 거래 및 통상의 불법적 제한), 제2조(시장지배력 남용행위와 같은 거래 및 통상의 불법적 독점화), 제3조(각 주내 및 워싱턴 DC에서의 불법적 거래 및 통상 제한)를 위반하는 행위를 포함시켰다.
당초 미 상원은 2005년 2월 반독점법 위반사건 조사시 경쟁당국에 감청권한을 부여하기 위하여 ‘반독점범죄조사개선법안’(Antitrust Criminal Investigative Improvements Act of 2005)을 제안한 바 있다. 이 법안은 작년 10월 상원을 통과했으나, 하원을 통과하지 못해 입법화가 이뤄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반독점법 위반사건 조사 때 감청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이 테러방지법에 삽입됐고, 올 3월7일 테러방지법 수정안에 대한 미 하원의 의결과 3월 9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통해 발효됐다.
이에 따라 가격고정, 입찰담합, 시장분할을 위한 경쟁자간의 공모 등과 같은 셔먼법 위반 혐의에 대하여는 검찰의 신청과 연방법원 판사의 승인을 통해 FBI(연방수사국) 등에 의한 감청이 허용되었으며, 이렇게 감청으로 확보된 자료 및 증거를 재판에 활용해 관련 기업들을 처벌할 수 있다.
미 진출 기업 ‘자율준수프로그램’ 도입과 운용확대 노력해야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시 ‘반독점범죄조사개선법안’에 대한 미국의 입법동향 및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거액의 벌금과 임직원에 대한 신체형 부과를 계기로 지난 3월 24일 ‘카르텔 관련 업무설명회’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변화에 대응하고 사전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 스스로의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미국ㆍEU 등 선진국들은 카르텔을 형사중죄(felony)로 간주하고 있으며, 제재수준을 상향하는 등 반독점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고 있다. 미국은 2004년 법개정으로 법인에 대한 벌금 상한을 기존 1,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로, 개인에 대한 징역 상한을 기존 3년에서 10년으로 높였다.
우리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경쟁보다는 상호협력을 중시하는 카르텔 친화적 문화와 관습으로 인해 카르텔을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또한 외국 경쟁당국들의 반독점법 위반행위에 대한 적발능력 수준이나 제재수준의 강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반독점법 위반 혐의가 감청의 대상이 된 만큼, 미국 진출 우리 기업들은 영업활동시 이전보다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독점법 위반행위는 물론이고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는 모임이나 정보교환 등의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아울러 외국 경쟁당국들의 법집행 동향을 숙지하고 직원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반독점법 위반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자율준수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의 도입 및 운용을 확대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