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철 KR 회장, 37년 7개월 마무리…“고객이 스스로 찾아오는 선급이 생존 조건”

  • 등록 2025.12.22 14: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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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한국선급)은 이형철 회장이 22일 부산 본사에서 퇴임식을 갖고 임기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퇴임사에서 “37년 7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했던 정든 KR을 떠난다”며 “1988년 6월 1일, 30세의 나이로 입사해 67세에 떠나게 되니 제 인생의 제일 중요한 시기를 KR에서 보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1988년을 “서울올림픽 개최와 KR의 IACS 정회원 가입이 있던 해”로 회고하며, 개인의 시간과 선급의 시간이 겹쳐 흘러왔다고 했다.

퇴임사는 위기와 돌파의 기억으로 이어졌다. 이 회장은 IACS 정회원 가입 이후 “1993년 도입된 IACS 품질감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퇴출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있었고, 당시 전 임직원이 밤낮없이 감사 준비에 매달렸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고 밝혔다.

2000년대 초반 유조선 사고가 불러온 국제적 불신도 언급했다. 그는 1999년 Erika호, 2002년 Prestige호 침몰로 선급검사에 대한 불신이 고조됐고, 이후 “Oil Major Shell이 단 6개 선급의 검사만을 인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KR이 큰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국내외 선사들이 KR 유조선 등록을 꺼리기 시작했고, “KR 등록 유조선이 Shell 터미널 입항을 거부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당시 런던지부장으로서 본사와 소통하며 Shell 본사를 수차례 찾아가 설득했고, “약 3년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Shell로부터 검사를 인정받았을 때의 감격은 KR 생활 중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귀국 후에는 선급 영업 업무를 맡아 국내외 선사와 조선소, 금융권, 브로커 등을 상대로 치열한 경쟁을 체감했다고 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등록선 중 순수 해외선사 비율을 기존 약 5퍼센트에서 30퍼센트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도 말했다.

조직을 흔든 또 다른 위기로는 2014년 세월호 사고를 꼽았다. 이 회장은 “세월호 사고는 KR을 또 다시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면서도, 위기를 버텨낸 배경으로 국내 해운·조선업계의 도움과 임직원들의 노력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2019년 말 취임 직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검사원 이동이 제한되면서 “선급검사 수입이 급감할까 노심초사했던 기억”을 언급했다. 한진해운 도산 이후 국적선사 보유 선박이 사모펀드로 매각되고 신조 발주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사업 다각화와 새로운 수입원 창출을 위해 고민했던 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진단했다. 노사 갈등이 국회와 언론에 노출돼 부담이 될 뻔했던 경험도 꺼내며, 최근 단체협약이 원만히 마무리된 점은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임기 중 성과로 선급검사 수입 법인세 면세와 주52시간 대상기업 제외를 언급했다. 그는 “65년간 숙원사업이었던 선급검사 수입의 법인세 면세”와 “업무상 제약과 법률적 리스크가 있었던 주 52시간 대상기업 제외”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다만 공직유관단체 지정과 국정감사 수감 문제는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무거운 마음”이라며 “후임자에게 남겨두고 가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했다.

이 회장은 퇴임사에서 고객 가치와 조직 내부 결속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 선급은 기술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조직”이라며 “‘고객이 스스로 찾아오는 선급이 되자’는 다짐은 구호가 아니라 생존 조건”이라고 말했다. 선급 간 경쟁이 심화되고 검사권 추가 개방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모든 업무를 고객 관점에서 재점검하고 고객 가치를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사 관계에 대해서도 “우리 선급은 노사가 없는 조직이다. 우리 모두가 사측이거나 또는 우리 모두가 노측인 회사”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자신 역시 그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지난 37년 7개월을 KR과 보낸 시간은 행복했던 시간”이라며 “제가 앞에서 말씀드린 모든 공은 여러분과 함께 이룬 것이고, 부족함과 과오가 있었다면 전적으로 저의 몫”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국내 해운·조선·수산 및 기자재 업계에도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KR의 발전을 위해 항상 성원하겠다”고 밝혔다.
편집부 기자 f1y2da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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