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채널, 특집 다큐멘터리 '김훈의 로드다큐
광화문 네거리에는 오늘도 이순신의 동상이 높게 서 있다. 너무 익숙해 이제는 아주 무심한 일상이 되어버린 이순신, 그 낡고 화석화된 이순신에 히스토리채널이 숨결을 불어넣었다.
중앙방송(대표 김문연) 케이블·위성TV 히스토리채널의 2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김훈의 로드다큐, 선조의 땅 이순신의 바다'은 교과서 속에 갇힌 딱딱한 위인을 숨결이 살아있는 현재형 인간으로 바꿔놓는다.
다큐멘터리 속에서 이순신은 고뇌하고 고통받는 고독한 남자의 모습으로 재구성된다. 그것은 한 영웅이 모든 시대를 초월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바로 그 시대 속에서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시대적 인물임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했다.
이순신의 인간적인 내면을 그린 베스트셀러 소설 ‘칼의 노래’를 집필한 소설가 김훈이 안내자 역할을 한다. 김훈의 안내와 함께 들어간 그 시대 속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선조’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선조는 바로 이순신이 살아내야 할 시대의 상징이었다. 선조와 이순신의 대립과 갈등이라는 축으로 풀어 가는 이 프로그램은, 이순신이 한 시대의 한계를 어떻게 고뇌하고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 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그것은 곧 김훈이 세상과의 싸움, 즉 오늘을 사는 우리가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를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은 23~24일 오전 8시와 오후 4시에 방송된다.
선조와 이순신, 화해할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전쟁
선조와 이순신. 조선 역사 속에서 이 두 사람만큼 치열하게 대결하고 접전했던 인물이 또 있을까.
두 사람은 임진왜란이라는 7년간의 전쟁 기간 내내 대립하고 갈등한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신화적인 전공을 이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조는 이순신을 끊임없이 의심하며 그의 공적을 부정하고 폄하했다.
급기야 1597년 한창 전쟁 중인 한산도에서 그를 구속하기에 이른다. 물론 이순신이 압송된 직후 조선 수군은 처절한 참패를 맞는다. 이순신은 밖으로는 왜적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지만, 안으로는 선조와의 대결이라는 또 하나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시대와의 불화였고 시대와의 전쟁이었다.
16세기 조선 사회가 낳은 최대의 비극
선조와 이순신. 도대체 두 사람은 왜 그렇게 대립하고 갈등했던가. 아니 선조는 왜 그토록 이순신을 경계하고 의심했던가. 도대체 무엇을 그리도 믿을 수 없어서 선조는 전쟁 중에 한 장수를, 그것도 그토록 성공적인 전공을 쌓아가고 있던 장수를 구속해야만 했을까. 이것이 단지 의심 많고 선병질적이었던 선조 개인의 성향 탓이었을까.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거기에는 복잡하게 얽힌 16세기 조선사회의 정치지형이 있다. 거기에 선조 개인의 독특한 성향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이순신의 운명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바로 그 비극 속에서 이순신의 영웅성은 참다운 빛을 발하게 된다. 그 비극성을 이해할 때 이순신의 참다운 인간상이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다.
칼의 노래, 역사의 여백을 채우는 또 하나의 역사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는 이제 거의 국민소설이라 할 만큼 전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침체기에 빠져있는 국내 소설시장에서 이미 6백만부 이상이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칼의 노래’에 열광했을까. 사람들이 그토록 이 소설에 사로잡힌 이유는 화석화된 영웅으로서의 이순신이 아닌, 그 영웅의 내면을 봤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이라는 한 남자의 고독한 내면을 봤다.
역사가 다 기록하지 못한 이순신의 내면을 소설 ‘칼의 노래’와 비교해보면서 새로운 이순신상을 재정립하고자 한다.
이순신이 기록한 13만자의 글자에 담긴 비밀
이순신은 전쟁기간 중 ‘난중일기’와 선조에게 올린 수십 통의 '장계'를 남겼다. 그 동안 이순신을 다룬 수많은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이순신이 직접 남긴 이 글들을 통해 이순신을 보고자 하는 노력은 신기할 정도로 없었다. 본 프로그램은 바로 거기에서 모든 비밀을 풀어가려 한다.
이순신과 선조가 주고받았던 장계와 교지들, 그리고 이순신이 매일매일 적어 내려간 난중일기. 사실 선조와 이순신과의 갈등에 대한 모든 비밀의 열쇠는 바로 그 안에 있다. 이 기록들 속에서 두 인물은 더 선명하게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