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반도체’ 김, 세계 규격화 첫발… 수출 확대 청신호
김(Gim) 제품의 세계 식품규격 제정이 본격 추진된다. 우리 수산물 중 최초로 세계 규격화를 주도하게 되는 셈이다.
해양수산부는 11월 14일(현지 기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48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총회에서 김 제품의 세계 규격 제정을 위한 신규 작업 개시 안건이 승인됐다고 17일 밝혔다.
수출 증가세 속 세계 규격화 추진… 고품질 K-김치·김 수출 기반 확보
김은 2017년 아시아 지역 규격으로 채택된 바 있으며, 이번 총회에서 이를 바탕으로 마른김, 구운김, 조미김 등 3종 제품의 세계 규격화를 위한 작업 개시가 승인됐다. 이는 김 수급 안정과 세계 시장 선점을 목표로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김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의 후속 조치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Alimentarius)는 FAO와 WHO가 공동으로 설립한 식품 분야의 유일한 국제 규격 제정기구로, 규격 채택 시 국제 무역의 분쟁 해결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번 승인으로 김 제품은 전 세계 시장에서 더욱 통일된 품질·위생 기준을 바탕으로 거래될 수 있게 된다.
국내 김 수출액은 ▲2022년 6억 4,800만 달러 ▲2023년 7억 9,300만 달러에 이어, 2024년에는 9억 9,700만 달러를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세계 규격 제정이 완료되면 연 10억 달러 이상의 수출 기반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추장·인삼에 이어 김도 세계 규격 전환 본궤도
김의 세계 규격화는 아시아 지역 규격을 기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8단계 규격 제정 절차 중 초안을 생략하고 곧바로 제3단계부터 작업이 시작된다. 향후 코덱스 사무국과 관련 분과, 총회에서 반복 심의를 거쳐 최종 채택되면 김은 우리나라가 주도한 첫 수산물 세계 식품 규격이 된다.
이와 유사하게 고추장과 인삼 제품도 아시아 지역 규격을 세계 규격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으며, 각각 2015년과 2020년에 최종 채택된 바 있다.
해양수산부는 2010년부터 김의 규격화 필요성을 제기해왔으며, 이후 아시아 지역 규격 제정에 성공한 뒤, 세계 규격 전환을 위한 회원국 대상 지속적 설명과 설득 작업을 병행해왔다. 올해 9월에는 아시아지역조정위원회에서 신규 작업 개시 동의를 받아내며 이번 총회 상정으로 이어졌다.
국제 기준화 통한 무역 장벽 해소 및 수산식품 글로벌화 가속
현재 김의 아시아 지역 규격에는 파래, 감태, 매생이 등 다양한 해조류의 원료 사용이 명시돼 있어, 세계 규격화 시 우리 고유 김 생산방식과 품질 특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승준 해양수산부 어촌양식정책관은 “김의 세계 규격 제정은 수산물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첫 사례로서 매우 뜻깊다”며 “향후 한국식품연구원 등 전문기관과 협력해 김을 시작으로 우수한 국산 수산물의 추가 규격화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