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막도 조금씩 줄어…12일 ‘사리’가 고비 될 듯
유조선 원유 유출사고로 검게 물들었던 충남 태안 앞바다는 11일 빠르게 번져가던 해상의 기름띠 확산이 주춤하고, 끝이 보이지 않던 방제작업의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충남 태안 앞바다의 사고 유조선에서 흘러나와 남북으로 70km 간헐적으로 이어진 기름띠는 사고 5일째인 이날 해안쪽으로 불던 북서풍이 약해지면서 급속한 해상 확산은 일단 멈췄다. 태안반도 앞 바다 남북으로 흉물스럽게 떠다니던 기름막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사진설명:만리포 방제전과 방제후)
전날 대규모 항공방제 이후 대산공단 인근의 기름띠는 사라진 것으로 관측됐으며, 학암포에서 가의도로 이어지는 구간 서방 3~4마일 해상에 엷게 쳐져있던 은백색 유막도 간헐적인 분포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방제작업의 효과도 나타나기 시작해 양식어장 피해가 우려됐던 안면도 앞 내·외파수도 인근 바다에서는 기름띠가 상당히 엷어진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시커멓게 검은 유막으로 덮여 있던 만대와 만리포 남단 해안은 은갈색 모래사장이 드러나면서 해안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태안해안국립공원과 천혜의 어장인 천수만, 기름띠 확산을 우려했던 연포·몽산포·청포대 등에서도 다행히 기름띠가 관찰되지 않았다.
방제대책본부는 앞으로 10일 정도면 해상에서의 긴급 방제는 마무리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해풍과 조류 같은 기상조건이 악화할 경우 지연되거나 추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다행히 충남지역 최대 양식어장 밀집 지역인 가로림만은 아직 무사하지만 12일 조수간만의 차가 최대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사리’로 인해 기름띠가 강한 조류에 밀려 들어올 위험이 있어 방제 인력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제대책본부의 모의실험에서도 북서-북동풍과 조류 등의 영향으로 정체됐던 기름띠가 안면도 남단으로 확산될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따라 방제대책본부는 천수만과 가로림만 입구에 오일펜스를 추가 설치하는 등 이들 지역을 지키는 데 방제작업을 집중하고 있다.
태안 앞 바다 기름 유출로 11일 오후 6시 현재 태안과 서산 일대 7개 읍면 324개 어장 3600여ha와 해수욕장 15곳 약 17km가 피해를 입었다.
피해 지역 곳곳에서는 밀려든 기름덩어리 앞에서 그래도 삶의 터전을 다시 찾으려는 어민과 주민, 군장병과 경찰, 공무원, 자원봉사자 들의 힘겨운 사투가 이어졌다.
해경 방제대책본부는 이날 항공기 5대와 경비정 31척과 방제정 14척 등 선박 220척, 군인 4381명을 포함한 인력 1만4987명을 동원해 해상과 해안에서 방제작업을 펼쳤다.
해상에서 이탈되는 기름이 많은 근소만 해역은 방제청 10척을 투입 붐형 유흡착제로 방제하고 외해에 엷게 형성된 유막은 해양경찰과 해군함정이 나누어 방제했다.
해안가에 두텁게 부착된 부착유는 방제정 5척과 군·경·주민 자원봉사자 1만 3000여명이 동원돼 모항에서 학암포까지 연안을 10개 구간으로 나누어 책임방제를 실시했다. 작업된 폐유와 폐기물의 신속한 수거를 위해 폐기물 업체도 3개에서 15곳으로 추가됐다. 사고 이후 이날까지 유출유 수거량은 폐유 909톤, 흡착폐기물은 4748톤이다.
정부도 이날 유조선 원유유출 사고로 피해가 큰 충남 태안, 서산, 보령, 서천 등 6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행정 금융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사고 유조선은 이날 오전 사고 선박에 남아있던 원유 일부인 3,692kl를 보조 유조선으로 빼내고, 선체의 균형을 바로 잡았다. 방제대책본부는 파공 부위에 철판을 덧씌우는 볼팅작업 후 선체 세척작업을 거쳐 15일 이후 예인선을 동원, 당초 목적지인 대산항 유류하역장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한편, 해경은 기름유출사고에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안태경비대(USCG)와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오염사고 대응을 위해 수년간의 경력을 가진 미 연안경비대 태평양지부소속의 기동타격대원 3명과 미 해양대기청(NOAA) 연구관 1명을 현장 실무팀으로 구성 사고현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파견될 기술지원 전문가들은 1989년 3월 세계를 놀라게 한 미국 알라스카 EXXON VALDEZ 기름유출사고 발생때 직접 현장에서 방제활동을 한 실무경험이 많은 인력들로 우리 정부의 요청에 따라 최단시간 내에 한국으로 와서 오염현장을 파악하고 최적의 방제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