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관점에서 평화체제를 보라

  • 등록 2006.11.29 10: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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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창, 개성공단·금강산사업 지속의 중요성


1년 여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6자회담의 재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긴박하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31일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선언을 이끌어낸 북·미·중 3자회동이 다시 열리고 있으며, 한·미·중·일 4개국 6자회담 수석대표들 간의 양자 회동도 예정돼 있다.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6자회담 재개로 북한의 핵실험으로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사장될 뻔 한 9·19 공동성명과 9월 14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이 합의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 극적으로 되살아났다는 점이다. 이는 11월 17일 APEC 한미 정상회담 이후 나온 미국의 ‘한국전 종료선언 검토’ 발언과 함께 한국 정부의 일관된 외교적 노력의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미궁 속에 빠져 있던 북핵문제의 탈출구가 다시 열리기 시작한 현 상황을 어떻게 유지·발전시키고, 북한의 핵폐기와 개혁개방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란 궁극적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반도 평화체제가 가져다 줄 실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확립이 가져다 줄 실익은

 

우선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확립될 경우 남북 모두에 상당한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방부가 매년 발표하는 국방백서는 국가별 안보위협도를 상·중·하로 구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스라엘 대만 이란 이라크 등과 함께 항상 ‘상’에 위치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수립될 경우 주변 강대국들 때문에 ‘하’로 떨어지기는 어렵겠지만 ‘중’으로 떨어지는 것은 충분히 가정할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이 같은 가정을 기초로 1998년 발표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경제적 실익 분석’이란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한반도 평화체제 확립에 따라 국방비의 25%를 줄이고 군병력의 50%를 감축할 경우 우리나라의 GNP는 매년 평균 1% 이상(중장기적으로는 1.5%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차가 있긴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GNP를 8000억달러 규모로 추정할 때 연간 80억달러 이상의 증가가 예상되는 셈이다.

  


 

이 외에도 군비감축에 따른 소비증가와 수출증대, 고용증대, 중장기적 투자증가가 예상된다는 게 LG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또한 한반도 평화체제가 확립될 경우 우리나라의 국가위험도가 감소해 국가신인도나 대외경제관계에서도 지금보다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은 자명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북한 경제에도 엄청난 실익을 가져다준다. 남측보다는 오히려 북측이 실질적인 평화체제 구축의 수혜자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다.

  

경제통계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북한의 경제규모를 정확히 측정해 수익정도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북한 또한 △군비감축에 따른 자체 투자자금 확보 △비효율적인 군수산업 위주의 산업구조 개편 △대외관계 개선을 통한 간접적 경제이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또한 평화체제 수립에 따라 북-일관계를 정상화할 경우 100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보상금을 받을 수 있어 낙후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필요한 거액의 투자자금을 일시에 확보할 수 있다. 대미관계 개선을 통해서도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등으로부터 장기저리의 경제개발 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한반도 평화체제 확립은 남북 간의 경제협력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1990년 이후 중국과 동남아시아가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수출시장이자 투자대상으로 떠오른 것처럼 민족적·언어적 동질성과 지리적 인접성을 가진 북한은 우리 기업들의 유력한 사업무대로 떠오를 수 있다.

  

이외에도 한반도 평화체제가 확립되면 우리나라는 반도국가로서 가진 물류기지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만나는 교차지점에 놓인 한반도의 지리적·전략적 위치는 우리나라가 구현하고자 하는 동북아시아 허브를 구축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실현시키기 위한 기반을 지금 어떻게 닦느냐에 달려 있다.


개성공단·금강산 사업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

 

한반도 평화체제를 확립해나갈 당사자인 남북은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발사와 10월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관광 등 민간분야의 협력을 거의 유일한 남북경협의 연결고리로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1718호와 연결시켜 전용 의혹을 제기하면서 개성공단·금강산 사업마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유엔 결의안의 궁극적 목적을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는 13항에서 “6자회담 조기재개를 촉진하고, 긴장악화 행동을 자제하며,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려는 모든 당사국들의 노력을 환영하고 고무한다”고 규정했다. 14항에서는 “북한에 대해 조건 없이 즉각 6자회담에 복귀할 것과 2005년 9월 19일 공동성명의 신속한 이행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유엔 결의안이 규정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관련 제재가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항구적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과도기적 조치임을 방증한다.

  

또한 유엔 결의안 어느 항목에서도 ‘핵, 미사일, 여타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되지 않은 민간기업들의 정상적·합법적인 상거래를 금지한다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해외투자자들은 오히려 북핵실험 사태에도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의 지속을 들고 있을 정도다.

  

개성공단·금강산 사업이 중단될 경우 우리나라는 대외신인도 하락과 금융·외환시장의 불안 등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감수해야 한다. 또 개성공단에 투입된 인프라 건설비와 입주기업의 투자비용 등 3000여 억원과, 금강산에 투입된 2600억원의 시설투자비가 공중분해될 수 있으며 이 손실은 고스란히 우리 기업의 피해로 돌아온다.

  

개성공단과 금강산사업은 또한 우리가 지향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초석이자 통일 한국의 실험장이다.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위해서도 북한 당국자와 사업자, 1만여 명의 근로자들이 한 곳에 모여 시장경제를 학습하고 체험하는 개성공단·금강산과 같은 장소를 다시 찾기 어렵다. 두 사업을 통해 북한이 개혁개방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던지고 경제적 성공을 체험할 수 있다면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확립될 날도 그만큼 앞당겨질 것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사업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 빠트릴 수 없는 것이 바로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완화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북한은 개성공단·금강산사업을 위해 50여 년간 굳게 닫혔던 군사분계선을 개방했으며, 비무장지대(DMZ)의 지뢰를 제거하고 휴전선 일대에 배치됐던 북한군을 후방으로 이동시켰다. DMZ 남쪽으로 5Km에 위치한 파주시의 LCD 단지나 영어마을의 경우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완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다.

  

이 외에 국정브리핑이 기획으로 소개한 바 있는 ‘국가위기관리 어떻게 하고 있나’ 시리즈 가운데 DMZ 내 산불진화나 북방한계선(NLL) 이북의 민간선박 구조작업 등에 북이 협조한 것도 남북 간의 화해협력을 통한 상호신뢰와 관계진전이 없었다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혹자는 대북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유화적 태도로 인해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겼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한·미관계는 100년간 변치 않은 가장 튼실한 동맹관계

 

그러나 한국은 6자회담 참가국 중 지난 100년간 미국과 진정한 동맹관계를 유지해온 유일한 나라다. 미국과 가장 좋은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일본만 해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진주만 폭격으로 미 본토를 최초로 공격한 나라였고, 러시아는 얼마 전까지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던 냉전의 종주국이었다.

  

중국과 북한은 6·25 전쟁 3년간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연합국 세력과 전쟁을 치렀다. 세계 최대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영국도 200여 년 전 미국 독립전쟁 당시에는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대상이었다.

  

국익 앞에는 적도 동지도 없다는 말이 있다지만 10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서로 적대관계를 형성한 적이 없었던 한미관계야말로 가장 튼실한 동맹관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양국이 한미FTA 체결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주한미군 기지이전,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련의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 냉전시대의 종속적 동맹관계를 극복하고 탈냉전시대에 부합하는 미래지향적인 상호보완적 동맹관계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불가피한 이견의 노출에 불과하다.

  

북한의 핵개발계획과 핵실험으로 빚어진 현 상황은 분명히 ‘위기’다. 그러나 위기란 말 속에는 위험을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이제 우리는 안보리 결의안의 궁극적 목적을 되새겨 당면한 북핵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나아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확립하는 데 주목할 때다.

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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