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슬럼가에서 15년만에 최고 관광명소로 재개발 된 푸에르토 마데로 항구

  • 등록 2007.01.23 17:11:58
크게보기

아르헨티나, 푸에르토 마데로(Puerto Madero, 원뜻은 마데로 항구다)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생기 넘치고 활기찬 곳이다.

  

라플라타 강을 끼고 시내 중심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곳이 부에노스아이레스시에서 가장 매력적인 곳임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강이 있고, 고풍스런 옛 건물이 있고, 부두 사이로 최첨단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고, 문화가 있고, 환락이 있다. 연인과 산책하고 싶은 사람들,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싶은 사람들, 디스코텍으로 몰려드는 젊은이들, 돈을 벌려는 기업인들,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 모두가 개척시대의 서부처럼 이곳으로 몰려든다.

  

한마디로 푸에르토 마데로는 ‘포르텐세(portense), 다시 말해, 항구에 사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하나의 자석이다.

  

 
▲ 푸에르토 마데로 곳곳에 고층빌딩과 아파트가 속속 세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이 지금과 같은 명성을 누리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불과 15년전만 해도 이 지역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못살고, 지저분하고 낙후된 지역 중의 하나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시는 항구도시다. 그러나 라플라타 강어귀에 세워진 이 도시는 탄생부터 항구도시로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우선 수심이 너무 얕아서 배들은 항구에 들어오지 못하고 항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정박할 수밖에 없었고 승객들이나 화물은 거룻배나 작은 배에 옮겨져서 부두까지 와야만 하는 항구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없었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1882년 아르헨티나 정부는 에두아르도 마데로(푸에르토 마데로는 바로 이 마데로 이름에서 유래한다)라는 한 상인에게 의뢰하여 이 항구를 건설할 계획을 추진한다.

  

▲ 강가을 끼고 산책하는 시민들 있다

  

1887년에 항구 건설이 시작되어 10년간 많은 자본을 들인 끝에 1897년에 항구가 조성되었다. 당시로서는 기념비적이라 할 수 있는 대규모 항구였지만 공사가 완료된 지 10년만에 이 항구는 날로 커져만 갔던 화물선이나 배들이 접안할 수 없는 완전히 쓸모없는 항구로 바뀌게 되었다.

  

이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인접한 곳에 아예 푸에르토 마데로 항을 포기하고 ‘푸에르토 누에보’(Puerto Nuevo, 신항구라는 뜻)라는 신항구를 건설했는데 지금 이 항구는 1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항구로서 완벽한 기능을 하고 있다.


슬럼화된 항구를 미래항구로 재개발

 

한편, 푸에르토 마데로 항구는 더 이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 지역은 쇠락에 쇠락을 거듭해 낡은 건물들, 쓰레기, 녹슨 철골 구조물들만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지저분하고 흉물스런 지역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아르헨티나 정부 역시 이런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여 1925년이래 1985년까지 간헐적으로 이 버려진 항구를 완전히 부수고 새로운 재건 계획을 세웠으나 그 시도는 번번히 실패했다.

  

▲ 옛 부두의 창고건물들을 리모델링한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해 있다

  

그러다 마침내 1989년 11월, 아르헨티나 ‘공공건설부’, ‘내무부’ 그리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정부’는 이 푸에르토 마데로를 새롭게 개발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의기투합하여 함께 손을 잡고 ‘구푸에르토 마데로 연합회사’(Corporacion Antiguo Puerto Madero)라는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우선 중앙정부나 시정부는 ‘푸에르토 항만당국’, ‘아르헨티나 철도회사’. ‘곡물연합회’ 등이 170헥타르에 달하는 이 지역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각종 소유권과 관할권을 모두 ‘푸에르토 마데로 연합회사’에 귀속시키고 이 회사가 모든 개발을 담당하도록 전적으로 맡겼다. 이 과정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정부는 단지 도시개발에 필요한 기준이나 규정을 세우고 정해주는 것만으로 그 역할을 다했다.

  

이렇게 ‘구푸에르토 마데로 연합회사’에 모든 토지소유권이 이전되자, 이 회사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땅이나 부동산을 민간인, 또는 기업들에게 넘기기 시작했다. 심지어 1914년에 세워진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 스포츠 캠프같은 공공시설물도 처분할 것은 과감히 처분했다. 물론, 학생들이나 시민단체들의 반발이나 반대 등 여러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구푸에르토 마데로 연합회사’는 원래 입안한 계획을 변경없이 꾸준하게 추진해 나갔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맨해튼

 

당시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정부는 신(新)푸에르토 마데로항 개발사업에 같은 항구도시로서 많은 노하우를 축적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시정부의 자문을 받아 옛 건물들을 부수지 않은 채 새롭게 살리는 리모델링 개발을 우선적으로 실시했다.

  

푸에르토 마데로에 줄지어 서 있는 고급 레스토랑, 사무실, 주거지는 빨간 벽돌의 옛 부두창고들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1991년에는 이 푸에르토 마데로 항구 개발사업에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모집하자는 의도에서 전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 공모를 실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구푸에르토 마데로 연합회사‘의 ‘뉴플랜’이 나오게 되었다.

  

푸에르토 마데로 개발사업은 10억 달러가 투자된, 이제까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대규모 프로젝트 공사였다. 불도저를 밀어 새롭게 도로를 건설했고(이 도로 이름들에 라틴아메리카 유명 여류인사들의 이름을 붙인 것이 특이하다), 공원과 광장을 다시 조성했고, 기념비를 세웠으며 기존의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들을 개조하고 복원했다.

  

▲ 옛 항만당국의 사무실 건물을 개조한 푸에르토 마데로 최고급 파에나 호텔

  

이렇게 하나씩 항구도시의 면모가 갖추어지자 이 황무지 버려진 땅에 서서히 은행, 기업 사무실, 쇼핑센터들이 들어서고, 레스토랑이 생기고,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이 지역은 거대한 규모의 상업, 주거중심지로 바뀌었다.

  

한가지 특기할만한 것은 이곳에 영화관, 디스코텍, 산책로, 요트장 등 여러 가지 다양한 문화센터 레저 시설들이 속속 세워지면서 이 지역이 어느 순간, 가장 아르헨티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롭고도 독특한 관광명소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푸에르토 마데로는 미완의 도시이다. 아직도 개발이 현재진행형이라는 말이다. 1999년에서 2002년 사이 경제위기로 많은 건설이 중단되기는 했지만 2003년부터 아르헨티나 경제가 회복되면서 이 프로젝트는 차질없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2년 사이만 해도 높이가 130미터이상이 되는 ‘등대타워,’ ‘리버뷰 타워‘(River View Torre) 빌딩이 세워졌고, ‘르노와르 타워‘(170미터)가 건설 중이며, 최근에는 초호화 ’샤토 푸에르토 마데로‘라는 쌍둥이 타워빌딩이 세워진다고 발표되었다. 사무실용 최첨단 건물도 하루가 다르게 쭉쭉 올라가고 있다.

  

크라이슬러, 메르세데스-벤츠, LG 같은 세계적 대기업들도 이곳에 속속 입주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이 지역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맨해튼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 푸에르토 마데로 항구 전경

  

향후 몇년 동안에 호텔이 더 세워지고, 새로운 상업지구가 더 조성될 예정이며, 영화 멀티플렉스 등을 포함하여 문화시설도 추가될 전망이다.

  

대규모 공원(‘아르헨티나 여성 공원’이라고 명명된)과 여러 광장들이 2005년부터 건설되고 있고 날씬한 여성의 다리처럼 이름 그대로 ‘여성의 다리’(Puente de la Mujer)가 이미 완공되어 라플라타 강을 건널 수 있게 되었다. 이 다리 위에서 설치된 휘황찬란한 현대적 조명등은 이 지역 야경을 더욱 화려하게 만든다.

  

한편 강어귀 한편에는 이제는 박물관으로 바뀐 옛 해군 실습함 ‘사르미엔토호’(1897년 건조)가 그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아무튼 면적이 고작 2평방킬로미터 밖에 되지 않는 지역은 지난 십년사이 부에노스아이레스시 관광 목록에는 빠지지 않고 꼭 들어가 있는 최고의 관광 방문지가 되었다.

  

최고급 호텔들도 이곳에 들어섰는데, 특히 이중에서 ‘파에나호텔’은 젊고 야심찬 파에나라는 한 젊은이가 낡은 옛 항만당국 건물을 싼 값에 구입한 뒤, 유명 미국인 건축가에 인테리어를 의뢰해 호텔로 개조하여 지금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멋지고 비싼 호텔로 바뀌었다.


시민들을 위한 친환경적 휴식 공간

 

그러나 이곳 푸에르토 마데로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가장 눈여겨 볼 것은 이 프로젝트가 그 주안점을 환경친화적 도시의 건설이라 데에 두었다는 점이다.

  

현재 푸에르토 마데로만큼 환경보존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대규모 공간은 없다. 엄밀하게 말해서 이곳은 인위적으로 조성한 공원이 아닌 풀과 나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녹색으로 덮인 땅이다. 그러나 이곳에는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위한 여러 시설들이 만들어져 있고, 빈부를 떠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언제라도 와서 놀고, 편히 쉬었다 돌아갈 수 있는 사랑받는 장소다.

  

아르헨티나가 추진했던 푸에르토 마데로 개발사업은 항구 개발사업으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가 단기간에 이런 성공을 거두었던 비결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민관이 합동으로 협력했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와 시정부가 합심하여 ‘연합회사’를 세우고 이 회사가 어떤 통제나 간섭을 받지 않고 일관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한 점, 그리고 이 프로젝트 시작단계 전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이 프로젝트에 대한 전국가적 공모사업을 벌여 전체 아르헨티나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점이다.

  

한편 기념될만 하거나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들(부두창고가 되었든, 제분공장 건물이 되었든)은 부수지 않은 채 외관은 그대로 살리고 내부만 개조, 리모델링하여 새로운 감각의 실용적인 건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이 개발사업을 하면서 공원, 광장, 풀밭 등 녹색공간을 보다 많이 조성해 부에노스아이레스 주민이라면 누구라도 가보고 싶도록 환경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점은 향후 부산 북항 재개발을 하는데 있어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정선영 기자
Copyright @2006 해사경제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세계 물류중심의 견인차 | 서울특별시 도봉구 해등로 241-14, 1동 801호(쌍문동, 금호2차아파트) | 발행인:정재필 | 편집인:강옥녀 대표전화 02)704-5651 | 팩스번호 02)704-5689 대표메일 | jpjeong@ihaesa.com 청소년보호책임자:정재필 | Copyright@2006 해사경제신문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165 | 등록발행일 : 2006년 1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