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사 공동행위, 규제인가 생존전략인가…공정위·해수부 충돌 속 해운업계 “입법 명확화” 촉구

  • 등록 2025.06.19 15: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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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법과 공정거래법 해석 충돌…“공동행위는 글로벌 경쟁 생존전략, 법 혼선 풀어야”
이원택 “부처 간 규제 충돌로 산업 피해”…업계 “공정위 처분은 형식주의적 과잉”
전문가들 “공정위 권한 인정하되, 실체적 정당성 중심 판단 필요”…입법 보완 촉구

2025년 6월 19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된 ‘정기선사의 해운 공동행위 관련 학계 의견 발표 정책토론회’는 국내 해운업계를 둘러싼 법적 충돌 문제를 본격 공론화하는 자리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과 한국해운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 토론회에는 국회, 정부, 학계,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정기선사의 공동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과 해운법 해석 차이를 놓고 열띤 논의를 벌였다.



개회사를 맡은 이원택 의원은 “해운업은 수출입 물류를 책임지는 국가 전략 산업”이라며 “그런 해운업계의 공동행위가 규제당국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불공정 담합’으로 처분받는 상황은 제도적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와 해수부가 각기 다른 기준으로 규제권을 주장하며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만큼, 법적 명확화를 통해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해운협회 박정석 회장은 “국가 전체 물동량의 99.7%를 해상에 의존하는 해양국가로서, 정기선사 간 공동행위는 시장 안정과 효율적 항로 운영에 필수”라며 “그런 협력행위가 공정위에 의해 담합으로 오해받는 구조는 국제 경쟁 질서에 뒤처지는 자해행위”라고 말했다.



첫 발표자로 나선 법무법인 태평양의 강일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제58조와 해운법 제29조의 적용 충돌을 짚으며, “해운법은 정기선사 간 공동행위를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공정거래법상 정당한 행위로 해석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별법인 해운법이 일반법인 공정거래법보다 우선 적용되어야 하며, 국내법 해석 기준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만큼 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경쟁법 예외 구조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정위가 실질적 판단보다 절차적 흠결에 집중해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법 취지와 산업 현실을 무시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한국해운협회 양창호 상근부회장은 “해양수산부에 신고된 공동행위를 공정위가 ‘신고 미비’로 판단해 위법 결정을 내리는 구조는 납득할 수 없다”며 “실제로 해수부에는 122건 이상의 신고가 있었고, 화주단체 협의도 지속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공정위가 이 점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담합으로 본 것은 법체계와 상충되며, 이는 해운산업 전반의 리스크를 키우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혼란이 지속되면 국내 중소 정기선사는 초대형 외국 선사에 밀려 도태될 것”이라며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규제 해석과 적용 범위에 대한 실무적 쟁점이 심도 있게 다뤄졌다. 좌장을 맡은 양창호 부회장은 “이번 문제의 핵심은 ‘공동행위가 위법이냐’가 아니라, 이를 판단하는 기준과 관할의 혼선”이라며 “공정위는 법률보다 입장을 먼저 정한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무법인 율촌 김규현 변호사는 “대법원이 고등법원의 공정위 권한 전면 배제를 문제 삼아 사건을 환송한 것일 뿐, 공정위 처분 자체의 정당성을 인정한 판결은 아니었다”며 “공정거래법이 우선 적용된다는 판단도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이어 “핵심은 공동행위의 실체적 정당성 여부이며, 단순한 신고 여부나 형식적 기준이 아니라 산업 현실을 고려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 이봉걸 실장은 “정기선 공동행위는 팬데믹 당시 글로벌 공급망을 유지한 유일한 수단이었다”며 “수출입 기업들의 생존과 직결된 해운 시장에 대해 공정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운협회 김경훈 이사는 “공정위는 형식적 신고 미비만으로 제재했지만, 실제로는 해수부와의 협의와 신고가 충분히 이뤄진 사안”이라며 “그렇다면 공정위가 아닌 해수부가 규제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입장을 대표해 참석한 해양수산부 김승용 해운질서팀장은 “해운법은 분명히 공동행위를 일정 요건 하에 허용하고 있으며, 해수부는 이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가진다”며 “공정위와의 규제 충돌은 입법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정거래법 적용 제외 조항을 해운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참석자 전원에게서 제기됐다. 산업 현실을 반영한 해운 공동행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규제 일원화를 통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편집부 기자 f1y2da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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