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동발 충격에도 에너지 단기 수급은 안정”…유가·나프타 부담은 여전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국내 원유·가스 수급에는 아직 직접적인 차질이 없다는 판단을 내놓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30일 비상경제본부 첫 회의에서도 석유·가스·나프타의 수급과 가격 동향이 핵심 점검 대상으로 올라섰고, 공급 확대와 수요 관리 강화 방안이 함께 논의됐다.
정부는 앞서 5일 원유·가스에 대해 자원안보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시 최근 중동 정세 악화로 에너지와 공급망, 무역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보고, 중동 상황 대응본부를 중심으로 원유·가스 수급과 컨틴전시 플랜을 일일 점검 체계로 전환했다. 다만 정부는 법정 비축의무량 이상 수준의 비축 물량과 도입선 다변화 등을 바탕으로 단기 수급 여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는 26일 중동전쟁 비상경제 대응방안을 통해 에너지 수급 방어막을 한층 넓혔다.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해 휘발유는 리터당 65원, 경유는 87원 추가 인하하기로 했고, UAE 원유 2400만 배럴 등 대체 수입선 확보를 강화하는 한편 국제에너지기구 결의에 따른 비축유 2246만 배럴 방출도 이행하기로 했다. 여기에 원전 가동률을 80% 이상으로 높이고, 공공·대기업의 에너지 절약 캠페인도 병행해 수급과 가격 두 축을 함께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LNG 수급도 당장 급한 불은 피한 모습이다. 한국가스공사는 27일 중동산 LNG 수입 비중이 2024년 전체 도입물량의 3분의 1 수준에서 2025년 말 기준 20% 미만으로 낮아졌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카타르산 물량도 14% 수준에 그친다고 밝혔다. 가스공사는 또 호주 Prelude와 LNG 캐나다 사업을 통해 연간 106만 톤의 지분물량을 직접 통제하고 있으며, 올해 생산 예정인 LNG 지분물량 11척 전량을 국내로 들여오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험 요인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는 중동 의존도가 70%에 이르는 나프타를 위기품목으로 지정하고, 최근 2월 말 대비 67% 급등한 상황을 반영해 수출통제와 긴급수급조정조치까지 검토에 들어갔다. 30일 비상경제본부 회의에서도 나프타 수급 대응 현황과 함께 상황 장기화 시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중동발 충격이 원유와 LNG를 넘어 석유화학 원료 수급과 제조업 비용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조치다.
정부는 유가 급등의 국내 파급을 억제하기 위한 현장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산업부는 30일 2차 최고가격제 시행 직후 판매가격을 급격히 인상한 주유소를 대상으로 범부처 합동점검에 착수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를 병행하는 상황에서 시장 교란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현재의 한국 에너지 수급은 “단기 안정, 장기 경계”로 요약된다. 정부 판단대로 비축유와 대체 수입선, LNG 도입선 다변화 덕분에 당장 물량 부족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유가와 나프타, 물류비, 전력·연료비 부담이 동시에 커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3월 1일 정부도 우리나라가 원유의 70%, 천연가스의 30% 정도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다고 밝힌 만큼, 공급 자체보다 가격과 운송 불안이 먼저 국내 산업과 민생을 압박하는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