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 중국 다롄 남동방 38마일 해상에서 제주선적 화물선 ‘골든로즈’호와 세인트빈센트 국적 컨테이너선 ‘진성’호가 안개 속에서 충돌, 골든로즈호가 침몰하면서 전 선원 16명(한국선원 7명)이 실종·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해양수산부 해양안전심판원은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지난 5월 30일 1차 조사결과를 발표했으나 언론에서는 “우리 정부가 쌍방과실로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중국측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중국측이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하여 수동적인 조사에 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해양안전심판원의 발표내용이 국민들에게 잘못 전달될 우려가 있고 앞으로 최종 조사결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국민들의 오해가 없도록 이해를 돕고 또한 해양사고 조사·심판 전문기관으로서 이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중국측 '쌍방과실' 주장 그대로 인정했다?
통상적으로 안개 속에서 일어나는 선박의 충돌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사고의 경우도 무중항해시 레이더를 통한 상대선의 동정 파악, 안전한 속력으로 감속, 선장의 직접운항 등 국제협약에서 정한 안개 속에서 통상적인 항행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과, 충돌의 위험을 느낄 수 있는 근접상태에서 취한 적절하지 못한 피항동작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양 선박이 안개 속에서 통상적인 항행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 행위가 사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지 중국측이 주장하는 쌍방과실을 우리정부가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따라서 어느 선박이 더 잘못했는가에 대한 문제는 양 선박이 근접상태에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취한 동작이 적절했는지 여부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좀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조사·분석을 해 봐야 알 수 있다.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정만으로 섣불리 원인판단을 하는 것은 앞으로 이뤄질 국내법 절차에 따른 조사·심판은 물론 손해배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박회사 간 민사소송 과정에서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철저한 조사와 전문가 의견을 들어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중국측 제공 자료에만 의존, 수동적으로 조사한다?
해양사고는 육상 교통사고와 달리 사고선박이 침몰할 경우 사고 잔존물이 남아있지 않고, 사고현장 보존이 어려워 사고조사가 전적으로 사고 당사자들의 진술과 조사관의 경험에 의존해야만 하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 쉽지 않은 특성이 있다.
이번 사고도 현재 골든로즈호는 침몰상태고 전 선원의 실종 또는 사망으로 인해 중국측이 조사한 진성호측 진술에만 의존해 원인을 규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측 조사단이 중국 현지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중국측의 협조로 충돌 원인규명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양 선박의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 선박자동식별장치) 항적자료 및 진성호 선원에 대한 조사자료 등 상당한 자료를 건네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AIS 항적자료 정밀분석 및 시뮬레이션 등 모든 과학적인 조사기법을 동원, 공정하고도 객관적으로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심판원은 우리나라가 확보한 자료를 정밀분석하고 침몰된 골든로즈호의 수중촬영 자료를 조기에 확보해 신속히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또한 중국측 조사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측 조사결과를 토대로 세밀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