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이소연씨 남녀 각 1명씩
1명 2008년 우주선에 첫 탑승
오는 2008년 4월 우주비행에 나설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후보 2명이 25일 최종 확정됨으로써 우리나라의 새로운 우주 개척 역사가 시작됐다.
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이날 우주인 후보 6명을 대상으로 최종 평가인 대중친화력 평가와 그동안 치러진 4차례 평가 결과를 종합한 결과,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고산(30·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 이소연(28·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씨 등 남녀 1명씩 2명을 최종 확정했다.
한국 최초 우주인 후보로 확정된 고산(왼쪽) 이소연씨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우식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이들 후보에게 ‘우주인 후보’ 임명패를 수여했다. 성탄절인 이날 오후 6시 50분부터 8시까지 진행된 대중친화력 평가 과정은 서울 등촌동 SBS 공개홀에서 진행됐으며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두 후보는 내년 3월부터 1년간 러시아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서 우주 적응과 우주 과학 실험 수행을 위한 본격적인 고등 훈련을 하며 러시아로부터 우주인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우주인 훈련에서 성적이 좋은 1명이 최종 우주선 탑승자로 결정돼 2008년 4월 러시아 우주왕복선 소유즈호에 탑승한다.
한국 최초 우주인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 8일 가량 머물며 무중력 상태의 반도체 연구 등 우주 과학 실험들을 수행한 뒤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우주인 후보 2명 중 최종 1명이 우주선에 탑승하지만 우리나라로서는 이미 2명의 우주인을 확보하는 셈이 된다.
과학 대중화와 우주 개척 사업 새 역사 열어
우주인 후보가 확정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우주인을 배출한 미국과 러시아 등 34개국에 이어 35번째 우주인 배출국 반열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최종 후보자로 남녀 각 1명씩이 선정돼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여성이 탄생할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우주인 후보 선발은 9개월 동안 국민적 관심과 참여 속에 진행돼 과학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우주개척 사업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상징적 의미도 크다.
정부는 2015년까지 독자적 우주개발 능력을 확보해 2010년까지 총 13기의 인공위성을 개발·발사하고 고흥에 우주센터를 건설하는 등 세계 10위권의 우주강국에 진입한다는 국가 우주개발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우주인 양성은 인공위성 발사와 달리 ‘우주개척’에 한발 더 다가가는 의미있는 프로젝트로 평가받는다. 우주인은 우주환경 체험, 우주 과학실험 등을 통해 유인 우주기술을 습득, 향후 국가 우주개척 사업에 초석이 될 전망이다.
1만8000대 1의 경쟁 뚤어, '섹시하고 멋진 우주인 박사'
최종 후보로 선정된 고산씨는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컴퓨터 비전과 인공지능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연구원이다. 부산 출생으로 한영외고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인지과학 협동과정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학시절부터 산악부, 축구부, 복싱부 활동을 했으며, 2004년 전국 신인 아마추어 복싱 선수권대회에 참여해 동메달을 수상했다. 같은 해 여름에는 파미르 고원의 해발 7500미터 높이 '무스타크 아타'를 등반하기도 했다. 과기부는 “우주적응훈련이나 무중력 훈련 과정에서 전혀 두려움 없이 임했던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고씨는 “우주인으로서 임무를 완수하고 귀환한 뒤 우주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대한민국의 우주개발 사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출신의 이소연씨는 광주과학고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기계공학과를 전공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 바이오시스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운동을 좋아하는 이 연구원은 키 164㎝에 체중 58㎏으로, 이번 시험에서도 팔굽혀 펴기 36회로 여성 최고기록을 세웠다. 태권도 공인 3단이며, 조깅과 수영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부는 “단점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주인의 평가에서 고른 평가점수를 받았다”며 “러시아 측으로부터 이례적으로 우주인으로서 적합한 신체를 가졌다는 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우연히 신문에 우주인 선발 관련 기사를 보고 어린 시절 꿈이 생각나 우주인 공모에 지원했다”면서 “섹시하고 멋진 우주인 박사로서 ‘이공계 기피’현상을 타파해 인공계 연구자들에게 희망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3개월 가량 진행된 우주인 후보 공모에 참여, 3만6206명의 지원자 중에서 약 4개월 동안 4단계 선발과정을 거쳐 1만8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과학기술부가 2004년 1월 우주인 배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지 2년11개월, 지난 7월 우주인 후보를 공모한 지 5개월 만이다.
우주 과학실험 진일보…다양한 산업효과 기대
사실 몽골이나 베트남,쿠바,아프가니스탄 등 개발도상국들도 우주인 배출국의 반열에 올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인 우리나라의 우주인 탄생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지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배출된 우주인만 지난해 말까지 모두 442명이며 이 중 국제 우주 정거장을 경험한 우주인은 모두 143명에 이르고 있다.
이번 우주인 탄생은 우주 과학실험 연구의 진일보는 물론 국내에서 적잖은 산업적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우주에서 수행하는 실험을 통해 나오는 연구 성과들을 산업계에서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클로렐라나 동결 건조 방식의 라면 스프,고어텍스 등산복, 미식축구 경기용 헬멧 등이 우주인용으로 먼저 개발된 제품에서 착안해 만들어 졌다.
국내 전자업계나 자동차업계가 한국인 우주인이 실험할 반도체와 MEMS(마이크로 전자기술)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 사업단장은 "우주 환경은 현재의 첨단기술로 해결하지 못하는 과제들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우주 비즈니스가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전도사이자 한국 과학기술 홍보 대사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과학기술과 우주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우주 전도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는 이와 관련,우주인이 귀환하면 소속을 항우연으로 바꾼 뒤 과학기술홍보대사에 걸맞은 특별한 직위와 대우를 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인은 이 밖에 정상급 광고 모델로도 각광받을 전망이다. 외국에선 ISS에 머물고 있는 외국 우주인이 컵라면이나 피자를 먹는 장면이 광고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의 대외 이미지 제고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상목 과기부 기초연구국장은 “중국의 경우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발사를 통해 국가 신용등급이 높아지는 효과를 거뒀다”며 “우리도 우주인 탄생을 통해 대외 이미지가 한층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