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항' 함부르크에는 상생과 공존이 있다. 항구와 도시는 서로 얽혀 있고, 바다는 인간들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청록색 지붕을 인 붉은 벽돌의 옛 건물들 사이를 걷다보면 어느새 첨단의 현대식 건축물들과 마주치게 된다.
816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함부르크항과 21세기 첨단 도시 하펜시티(Hafen City, 항구도시)는 이렇게 서로를 어우르며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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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펜시티 전경 |
독일 북부 북해를 마주하고 있는 항구도시 함부르크는 독일 최대의 컨테이너항이자 유럽 제2의 항구이다. 항구로서만 아니라 문화와 역사의 도시로도 이름이 높다. 멘델스존과 브람스의 고향이기도 하고, 독일 언론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독일의 모든 신문과 잡지 전체 발행부수 50% 이상이 이곳에서 출간된다.
하펜시티는 함부르크항 재개발 사업에 따라 세워지는 도시 속의 또다른 도시이다. 하펜시티 건설은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시 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01년 시작된 하펜시티 건설 프로젝트는 2025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크게 5개 부분으로 나뉘어 단계적으로 진행될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함부르크 도심의 면적은 약 40% 더 넓어지게 된다. 함부르크시는 하펜시티 개발 프로젝트가 도시 전체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유럽 대도시로서의 경쟁력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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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코아를 저장했던 창고건물인 카이슈파이허 |
하펜시티에서는 바다와 인간, 과거와 현재, 삶과 일이 역동적으로 얽혀있다. 엘베강 상부에 위치한 함부르크는 독일의 베니스라고도 불린다.
바다, 강, 호수로 둘러싸인 물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건설되는 하펜시티도 이러한 특징을 잘 살려서 설계됐다. 전체 면적이 155헥타르인 하펜시티에서 수로가 차지하는 면적은 55헥타르이다. 전체 도시의 3분의1이 수로인 셈이다. 이 수로를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는 사람과 사람을 그리고 사람들과 물을 연결해주는 매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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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로를 따라 뻗은 산책로, 인간과 바다를 이어준다 |
하펜시티는 또한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중세의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고풍스러운 거리는 최첨단 21세기 도시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하펜시티 건설 프로젝트 1단계로 2005년에 완공된 잔트토어카이 구역에는 바닷가를 따라 각양각색의 자유로운 형식의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있다. 그러나 역사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옛 항만구조물들은 그대로 살려서 지난 800여 년간 ‘세계로 통하는 관문’을 자부해온 함부르크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카이슈파이허 A의 지붕위에는 파도가 치는 모습을 그대로 살린 유리로 된 ‘엘베필하모니’ 콘서트 홀이 건설될 예정이다.
주거와 사무공간의 공존 역시 하펜시티만의 특징이다. 주거 공간, 사무 공간, 레저, 스포츠, 문화 공간들이 지척에 모여있거나, 한 건물내에 자리잡고 있는 유럽 도시들의 특징을 극대화 시킨 것이다. 주거지와 사무공간의 공존은 시민들의 여가시간 활용을 크게 늘려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또한 대도시의 공통적인 골칫거리인 교통혼잡도 줄여줄 것이다.
하펜시티는 다양한 문화공간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코코아를 저장했던 창고건물인 카이슈파이허 A의 지붕 위에는 파도가 치는 모습을 그대로 살린 유리로 된 ‘엘베필하모니’ 콘서트 홀이 건설될 예정이다. 역시 역사적 창고건물인 카이슈파이허 B에는 국제해양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펜시티의 중심에 위치한 우버제에크바르티어 구역에는 과학센터, 수족관, 과학극장이 자리 잡을 예정이다.
하펜시티는 독일은 물론 유럽의 경제 중심지로서 함부르크의 위상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 본사가 이미 이곳에 자리를 잡았으며, 다국적 물류업체인 쿤헤+나겔 본사, 노이만 그룹, 독일을 대표하는 미디어 그룹 슈피겔도 이곳에 둥지를 틀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