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이 김두영 제32대 위원장 체제 출범과 함께 선원법 개정, 산별 전환, 한국인 선원 일자리 보호, 중동 해역 선원 안전 대응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김두영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4월 29일 해운기자단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선원들을 위한 정부 정책을 바꿔가는 데 중점을 두겠다”며 “선원노련이 정책연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선원 노동시간, 안전, 고용 문제를 새 집행부의 주요 현안으로 꼽았다. 그는 선원법이 특별법의 지위를 갖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노동법보다 뒤처진 부분이 많다고 지적하며, 선원 노동자의 처우와 복지, 노동시간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선원법을 바꾸고 싶다”며 “노동법보다 나은 선원법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노동법보다 훨씬 뒤져 있는 선원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상 물류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선원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은 노사 간 협상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정부 정책과 법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선원노련은 앞으로 내부 현안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 차원의 선원 정책을 선도하는 조직으로 역할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선원들이 어려울 때 선원노련을 찾으면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된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조직이 되고 싶다”며 “정부도 해기사와 선원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노사정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동 해역 긴장 고조와 관련한 선원 안전 문제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연맹 내에 선박 위치와 항로를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취임 첫날부터 거의 24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선원들과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 해역에 머무는 선원들과 관련해서는 선사 노조와도 수시로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료품, 물, 의료 대응 등 선원 안전과 생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연맹이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고립 선원 규모와 관련해 “한때 160~170명 수준이었고 현재는 일부가 빠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교대와 관련해서는 “교대를 원하는 분들은 원칙적으로 교대가 이뤄지도록 진행하고 있다”며 “실습생들은 모두 하선했다”고 밝혔다.
중동 해역에 체류한 선원에 대한 보상 문제도 언급됐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 선출 전부터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봤고, 기본 합의서를 마련했다”며 “IBF 전쟁구역 합의보다 더 나은 수준의 휴가와 통상임금 50% 추가 지급 문제를 기본적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형선사의 경우 별도 추가 보상과 위로금 지급도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선원노련은 한국인 선원 일자리 보호도 시급한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선원의 고용 문제”라며 “한국인 선원 일자리가 너무 빠르게 사라지고 있고, 외국인선원 관리지침이 외국인 선원을 쉽게 고용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원 선원 감소 문제를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부원 선원들이 너무 급속히 사라져 1년에 250명씩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한국 선사들이 부원 선원을 고용하지 않으려는 구조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선원노련은 한국인 선원 승선 체계와 외국인선원 도입 제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한국인 선원 TO 제도 재검토, LNG선 발주와 연계한 한국인 선원 승선 확대, 지정선박과 국가필수선대 증선 등을 검토 과제로 제시했다.
해기사의 국가전략 인력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호르무즈 사태를 겪으면서 해기사들이 국가전략 산업의 일꾼으로 역할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 더 중요해졌다”며 “해기사협회뿐 아니라 해양인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선원노련 내부적으로는 산별 전환이 핵심 조직개편 과제로 추진된다. 김 위원장은 “연맹 내 산별추진위원회를 실무 추진단 중심으로 설치했다”며 “올 하반기부터 말에 그치지 않고 규약과 규정 등 제반 정비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산별 전환을 임기 내 반드시 완성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제 임기 내에는 산별이라는 단어가 반드시 쓰이도록 하겠다”며 “기업별 체제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한계를 해소하려면 연맹이 구조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선원노련은 해운과 수산, 업종별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구조 속에서 내부 갈등을 겪어왔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선원노련은 선원이라는 직업군으로 묶인 조직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살림을 하는 구조였다”며 “산별 전환을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고, 조합원 권익 보호라는 본래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선원노련은 앞서 4월 8일 열린 2026년도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도 정책 중심 조직 운영과 조직 혁신을 주요 방향으로 제시했다. 당시 대의원들은 선원 임금 전면 비과세, 무분별한 외국인선원 도입 저지와 한국인 선원 일자리 보호, 내항 선원 노동권 강화, 장시간 노동 철폐, 어선원 차별 철폐와 선원법 개정, 금어기·휴어기 실직 어선원 생계 지원, 마린센터 및 인천국제선원복지회관 매각, 조직혁신 TF 구성 등을 결의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상급단체 변경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한국노총 내에서도 선원법과 육상 노동법의 차이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정책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의 정책적 역량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선원노련이 그 역량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잘 활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한국노총과 협력 관계를 강화해 선원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노동을 하는 동안에는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정책연맹으로 거듭나기 위해 정치적 영향력이 필요한 만큼, 자신이 가진 정치적 네트워크는 선원 정책을 풀어가는 데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책적 연맹으로 가려면 정치적 영향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며 “직접 정치를 할 생각은 없고, 연맹이 가진 정책 문제를 풀어가는 데 그 역할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선원노련은 새 집행부 체제에서 정책, 조직, 국제 현안을 연계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새로 신설된 해운 상임부위원장과 국제본부장 등 집행부 관계자들도 참석해 향후 정책 추진 방향을 공유했다.
김 위원장은 “처음 노동조합을 시작했을 때 가졌던 생각을 실현해 보고 싶다”며 “선원노련이 선원들의 가장 큰 집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정책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