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만물류협회, 중동 전쟁發 유류 비용 상승 등에 따른 정부 지원 건의
*5대 중점사업 추진…보안료 68% 인상·터미널 지원제도 개선 등 속도

한국항만물류협회(회장 노삼석)가 중동지역 전쟁 장기화로 촉발된 유류비 급등과 경영 환경 악화에 맞서 정부에 긴급 지원 대책 마련을 건의했다.
협회는 9일 오전 서울 협회 회의실에서 해운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올해 5대 중점 추진사업과 업계 현안을 공유했다.
노삼석 협회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2월 말 발발한 중동전쟁으로 3월 이후 하역사별 유류 공급 단가가 10%대에서 많게는 70%까지 급등하며 업계 부담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항만물류산업은 국가 수출입 화물의 99% 이상을 처리하는 기간산업인 만큼, 개별 업체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정부의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노 협회장은 이날 간담회 직전 전날 중동 휴전 소식이 전해진 점을 언급하면서도 "유류 공급 불안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회는 간담회에 앞서 해양수산부에 긴급 지원 건의서를 제출했다. 건의 내용에는 △유가·에너지 비용 상승분 보조금 지원 △선사 등 고객사에 대한 유류 할증 청구의 법적 근거 마련 △항만시설 임대료 한시 감면 및 납부 유예 △민자부두 별도 재정 지원책 마련 등이 담겼다.
■ 보안료 68% 인상 4월말 고시 예정…"컨테이너 145원, 1달러도 안 돼"
올해 가장 가시적인 성과로는 항만시설 보안료 현실화가 꼽힌다. 협회는 해운협회·무역협회 등 선·화주 단체와 2026년도 보안 요율을 전년 대비 약 68% 인상하기로 합의했으며, 해양수산부가 행정예고를 거쳐 4월 말 고시 개정·시행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인상안에 따르면 선박 보안료는 현행 톤당 3원에서 5원으로, 컨테이너는 TEU당 86원에서 145원으로, 일반화물은 톤당 4원에서 7원으로 각각 오른다. 그러나 이번 인상으로도 보안 비용 대비 징수액 보전율은 기존 4.5%에서 6~7% 수준에 그친다. 협회 관계자는 "컨테이너 기준으로 68% 올려봐야 145원, 1달러도 안 된다"며 "해외 주요 항만의 보안료는 이미 1달러를 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보안료가 이처럼 낮게 유지돼 온 배경에 대해서는 제도 설계 당시부터 요율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데다, 이후 16년간 한 차례도 인상되지 못한 채 동결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협회 측은 "물가 관리 명목으로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치는 현행 구조가 인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협회는 2027년 요율 동결 후 2028년 추가 인상안을 이해당사자 TF를 통해 협의하기로 했으며, 현재 징수 대상에서 제외된 공컨테이너·환적화물로 부과 범위를 확대하고 민간 임금 인상률에 연동한 자동 조정 시스템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 컨터미널 운영사 지원제도 건의…하역요금, 중국의 3분의 1 수준
협회는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들이 지속적인 자동화·친환경 설비 투자에도 불구하고 하역요금 하락과 인건비 증가로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인센티브 제도가 선·화주 중심으로 운영돼 물동량 처리의 실질적 주체인 터미널 운영사를 직접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우리나라 컨테이너 하역요금이 중국의 3분의 1, 유럽·미국의 8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협회 측은 "나라마다 적용 기준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우리 하역요금이 상당히 낮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편 부산항의 환적화물 유치 경쟁력을 감안해 하역요금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왔다. 부산항만공사(BPA) 등에서는 싱가포르 등과의 환적화물 경쟁에서 요금 인상이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나, 협회 측은 "소폭 요율 인상만으로 환적화물의 기항지 변경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물동량 처리 실적, 운영 효율성, 자동화·친환경 설비 투자 실적 등을 반영한 성과 연계형 터미널 지원 제도 도입 방안을 해양수산부 및 항만공사에 건의할 예정이다. 터미널 통합 운영 방안과 관련해서는 BPA·해수부 주도로 논의가 진행 중이나, 국내외 복수 운영사 간 이해관계 조율과 공정거래법 검토 등으로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 특수하역 이송요금·탈석탄 상생협약도 속도

포스코 관련 특수하역 이송요금 문제는 지난해 9월 착수한 연구용역의 최종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중 항만하역요금 수정 인가를 추진한다. 탈석탄 정책에 따른 석탄 물동량 감소 대응과 관련해서는 오는 14일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열고, 현재 남동·남부·중부 3개 발전사만 참여 중인 상생협약을 전체 5개 발전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 안전운임제 대기료·반입기한 TF 논의 중
화물연대가 요구하고 있는 터미널 내 대기료 지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 3월 해수부·화물연대·협회가 참여하는 TF가 구성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화물연대는 터미널 내 1시간 이상 대기 발생 시 30분당 2만 원의 대기료를 터미널 운영사가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협회 측은 "터미널 운영사는 운송사·차주와 직접 계약관계가 없는 만큼 대기료 지급 주체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컨테이너 반입 기한 연장 요구에 대해서도 부산항 평균 장치율이 이미 70% 수준에 달해 하루만 늘려도 77%를 넘어 터미널 운영이 사실상 마비될 수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재해예방시설 지원사업·항만안전대상 지속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647개 사업에 약 300억 원을 지원해 온 재해예방시설 지원사업이 올해부터 항만운송관련사업자까지 대상을 확대한 「항만사업장 근로자 재해예방시설 지원사업」으로 개편·시행된다. 올해 지원 대상은 5월 중 선정되며 국비 포함 약 80억 원 규모의 안전시설 투자 효과가 기대된다.
2023년부터 운영 중인 대한민국 항만안전대상은 올해 제4회 시상을 목표로 해수부와 개최 계획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기자단이 심사위원 참여 및 기자단상 신설을 건의해 협회 측이 해수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노삼석 협회장은 "여러모로 어려운 국내외 환경 속에서 협회의 주요 사업들이 조기에 달성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실 것”을 당부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