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러론 보고서 “그린수소 기반 e연료 글로벌 공급망 모델, 아시아태평양에서 먼저 구현”
해운·에너지 분야 터보차징·연료 분사·디지털 솔루션 기업 액셀러론(Accelleron)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해운 탈탄소화를 이끌 그린수소 기반 e연료의 핵심 공급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선박과 기술은 준비돼 있지만 연료 수요 확대가 뒤따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시아태평양이 e연료 공급망 구축과 확장의 ‘실험장 겸 모델하우스’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액셀러론은 12월 3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에서 ‘탄소중립으로의 전환 가속화(Accelerating to Net Zero)’ 시리즈의 두 번째 보고서를 발표하고, 아시아태평양이 재생에너지와 산업 인프라, 정책 여건을 바탕으로 e연료 네트워크를 시험·입증하는 핵심 시장으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다니엘 비쇼프베르거(Daniel Bischofberger) 액셀러론 최고경영자(CEO)는 “선박은 준비돼 있고, 넷제로(net zero) 기술도 준비돼 있지만 새로운 연료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빠르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며 “그린수소 기반 e암모니아와 e메탄올이 해운 탈탄소화의 핵심이라는 공감대는 형성됐고, 글로벌 넷제로 규제는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진전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보고서는 이러한 진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업계가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시아태평양의 발전은 그린수소·e연료 인프라가 실제 형태를 갖춰가고 있음을 보여주며, 다른 지역의 유사한 시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은 대규모 시장과 다양한 정책 실험,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그린수소와 e연료 개발을 앞당길 수 있는 ‘선진 시험무대’로 평가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중립 이행체계 시행이 지연되면서 글로벌 규제의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이 지역의 해양 탈탄소화 추진 속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그린수소와 e연료를 탈탄소화와 장기 에너지 안보의 핵심 축으로 인식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지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재생에너지 잠재량과 산업 인프라를 기반으로 수소·e연료 생산, 항만·산업단지, 송배관 네트워크, 초기 벙커링 체계, 국가 수소 전략 등을 서로 긴밀히 연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향후 e연료 시스템이 서로 다른 산업 간에 어떻게 연계·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초기 단계에서 부족한 e연료 유통 인프라를 보완하기 위한 ‘북 앤 클레임(book and claim)’ 시스템 도입도 특징으로 꼽혔다. 생산지에서의 실제 연료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인증서 형태로 탈탄소 효과를 거래하는 방식으로, e연료의 조기 도입과 수요 확대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저장 설비, 전해조, 암모니아·메탄올 합성 공정을 하나의 모듈로 통합해 필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소규모 모듈형 생산 모델’이 확산되면서, 초기부터 대규모 확정 수요를 전제로 하지 않고도 공급을 키워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제공하는 공급 측 인센티브와 재정 지원이 e연료 생산·공급 체계 전반의 비용을 낮추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이러한 조건들이 합쳐져 아시아태평양에서는 e연료 생산을 뒷받침하는 산업 전반의 기반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자연스러운 공급·수요 연계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가장 큰 과제로는 여전히 ‘수요 부족’이 지적됐다. 현재 탄소중립 연료에 대한 해운 부문의 실제 수요가 대규모 생산을 뒷받침할 수준까지 올라오지 못한 점이 e연료 시장 확대의 병목이라는 진단이다.
보고서는 “해운업이 탄소중립 산업으로 전환하려면 연간 1억5천만~2억 톤의 그린수소가 필요하다”며 “이는 다른 탈탄소 난제 산업과의 수요 경쟁을 고려하기 전의 수치로, 규제가 불확실하더라도 이 정도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준비는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시아·태평양은 규모의 이점과 필수 인프라가 한곳에 모여 있어 향후 e연료 공급망을 어떻게 구축하고 확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글로벌 규제가 모든 것을 촉발하지 않더라도, 정부와 산업계가 항만 개발, 그린수소·e연료 생산 거점, 산업 수요처, 해운 수요를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연계해 공식화할 경우 초기 생태계는 충분히 구축·확장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국가 간 정책 조화와 일원화를 통해 수소·e연료 전략, 인증 체계, 저장·취급 기준, 연료공급 시설 구축 기준 등을 주변국과 조율함으로써 지역 내 공급·수요 연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각국 에너지 기관과 항만 당국이 동일한 방향성을 갖고 규격을 맞춰가는 것이 탄소중립 연료 전환 속도를 높이는 기반이 된다는 설명이다.
둘째, 기존 주요 항로를 e연료 도입의 ‘중심축’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도 제시됐다. 호주–싱가포르–중국 철광석 항로와 같은 대형 항로를 기반으로, 해당 항로에서 e연료 생산 및 벙커링 준비도, 항만 인프라, 산업 수요, 선박 적용 계획을 함께 조율하면 초기 도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작게 시작해 크게 나아가는” 전략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아시아태평양에서 이미 추진 중인 모듈형 e연료 생산 모델은 재생에너지와 저장 설비, 전해조, 합성 설비를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해 단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어, 초기 시장 형성에 필요한 확정 수요 부담을 줄여준다는 평가다. 이는 산업 전반의 수요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개됐다.
반면 수요 측면에서는 정책 수단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이 그린수소와 e연료 생산·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은 충분한 편이지만, 해운업에서 e연료 사용을 직접적으로 늘릴 수 있는 탄소가격제 도입이나 수요 촉진 정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업계가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글로벌 해운 규제, 특히 국제 수준의 룰 정비를 통해 마련해주길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앨런 칭저우 왕(Allan-Qingzhou Wang) 액셀러론 중국지사 회장은 “첫 번째 ‘탄소중립으로의 전환 가속화’ 보고서는 그린수소 기반 e암모니아와 e메탄올이 해운 에너지 탈탄소화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하고 확장 가능한 경로임을 보여줬다”며 “이번 두 번째 보고서는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실질적인 추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은 다른 지역에서 진행을 가로막고 있는 여러 장애를 이미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그린수소와 e연료 공급망을 실제로 어떻게 구축하고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론이 아닌 현장의 교훈’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