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서 러시아로 석유제품 17만6000톤…러 연료난 메운 ‘한국발 물량’
한국항서 러시아로 석유제품 17만6000톤…러 연료난 메운 ‘한국발 물량’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현지 연료부족이 심화된 가운데 지난 7~8월 한국 항만에서 러시아로 17만6000톤이 넘는 석유제품이 수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가 부족한 경유 등 석유제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주요 공급거점 가운데 하나로 활용되면서 국내 정유·석유제품 수출과 대러시아 무역통제 문제까지 함께 부각되고 있다. Reuters가 6일 선박추적자료와 무역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7월과 8월 한국 항만에서 러시아로 운송된 석유제품은 17만6000톤을 넘어섰다. 주요 품목은 경유 등 연료제품으로 파악됐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정유시설이 잇따라 피해를 입으면서 국내 연료공급에 차질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해외 석유제품 수입도 크게 늘었다. 지난 8월 러시아의 석유제품 수입량은 약 36만8000톤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출발한 물량이 약 31%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에서 러시아로 이동한 석유제품은 모두 한국산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국 항만은 정유사가 생산한 수출물량뿐 아니라 국제 석유제품의 저장과 환적에도 활용되기 때문에 화물의 실제 원산지와 판매자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선박 운항과 거래구조도 주목된다. 일부 화물은 최종 목적지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로 출항하거나 선박대선박 환적을 거치는 방식으로 러시아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Reuters가 확인한 수송에는 모두 7척의 탱커가 관여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 선박은 영국과 유럽연합 등에서 제재대상으로 지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당 거래가 한국의 현행 법률이나 대러시아 수출통제를 위반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와 수출통제에 동참하고 있지만 석유제품 거래는 품목과 가격, 거래상대방, 선박 등에 따라 적용되는 규제가 달라질 수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러시아의 연료부족이 새로운 단거리 석유제품 해상물동량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러시아 정유시설의 복구가 지연될 경우 한국과 중국 등 동북아시아에서 러시아 극동지역으로 향하는 제품선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정유업계에도 민감한 사안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석유제품 수출국으로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이 생산한 경유와 항공유, 휘발유 등을 아시아와 미주, 유럽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향후 핵심은 한국 항만에서 출발한 17만6000톤의 실제 공급자와 원산지다. 국내 정유사가 직접 러시아에 판매한 것인지 제3국 트레이더가 한국에서 구매한 뒤 러시아로 재판매한 것인지, 또는 한국 항만에서 단순 환적된 물량인지에 따라 사안의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 러시아의 정유시설 피해가 장기화되면 국제 석유제품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러시아가 경유와 휘발유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환할 경우 아시아 석유제품 가격과 제품선 운임에도 새로운 수요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