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해수부 장관 허위 의혹 정면 돌파 위해 장관직 내려놓다
통일교로부터 수천만 원대 현금과 고가 시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전 장관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정부와 해수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자진 사퇴를 선택했다. 이로써 전 장관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장관급 낙마 사례가 됐다.
전 장관은 미국 뉴욕에서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출입기자들과 만나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검증에 임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적인 금품 수수는 전혀 없었다”며 “황당하고 근거 없는 의혹 때문에 해수부와 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퇴는 통일교 전직 간부의 진술에서 비롯된 의혹이 공개된 지 불과 이틀 만에 이뤄졌다. 해당 간부는 특검 조사에서 2018~2020년 사이 전 장관에게 현금과 명품 시계를 건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장관은 “일면식도 없고 어떠한 금품도 받은 사실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사실관계는 향후 수사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전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해 사의를 수용했다. 이로써 전 장관은 지난 7월 24일 취임 후 약 140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통일교 로비 의혹이 여야 정치권 전반으로 번지는 가운데, 현직 장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정치권 파장도 커지고 있다.
해수부 내부와 해양·항만 현장에서는 정책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수부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부산 청사 시대를 앞두고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권 육성, 북극항로 개척, UN해양총회 유치 등 굵직한 과제를 동시에 추진해 왔다. 전 장관이 사퇴한 11일에도 부산 임시 청사에서는 이전 작업이 한창이었으며, 수장 공백이 길어질 경우 부산 이전 효과와 국제행사 전략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 지역 시민사회와 해양 관련 단체들은 해수부 장관 사퇴 자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면서도, 해양수도 부산 완성과 주요 현안의 연속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해수부 부산 이전과 HMM 등 해운 공기업·기관 이전, 북극항로 대비 해양 신산업 육성 등은 한 번 틀어지면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정치적 공방과 별개로 전문성과 안정성을 갖춘 차기 장관을 서둘러 임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정치권 파장도 만만치 않다.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은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인사 다수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사안이다. 전 장관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시장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던 만큼, 사퇴 이후 부산 지역 선거 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출마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야권 내부에서는 “공직을 내려놓고 진실 규명에 나서겠다는 태도는 책임 있는 선택”이라는 반응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수사는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검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경찰은 통일교 로비 의혹을 전담하는 특별수사팀을 꾸려 여야 정치권 전반을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전 장관은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피의자 혹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으며, 의혹 보도와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다음은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이임사 전문이다.
사랑하는 해양수산 가족 여러분,
그리고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직원 여러분!
갑작스럽지만 약 140일간의 장관직을 마치고 여러분과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장관으로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하여 해양수도권을 육성하는 기반을 마련하고, 해양수산업의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어 매 순간이 보람찼고 행복했습니다.
사랑하는 해양수산 가족 여러분!
제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한 해양수도권 육성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엔진을 장착하기 위해 정말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해수부는 해양수도권의 총괄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부산 이전을 차질 없이 준비해 왔고, 현재 계획대로 이전이 진행 중입니다.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 특별법」의 제정으로 부산이 ‘해양수도’임을 역사상 처음으로 법률에 공식화하였습니다.
또, 범정부가 참여하는 ‘북극항로 추진본부’ 역시 이제 곧 본격 출범할 예정입니다.
해양수도권 육성을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기획하고 이행하는 조직이 출범함에 따라 해수부의 기능과 역할도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이제 ‘해수부 부산시대’가 열리는 만큼 범정부 북극항로 추진본부를 중심으로 해양수도권이 차질 없이 육성되기를 기대합니다. 기업들의 부산 이전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얼마 전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과 같은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순수한 민간기업들의 부산 이전 결정은 HMM을 비롯한 다른 해운기업들도 머지않아 부산으로 향하게 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해양수산업의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성과와 실적들도 기억에 남습니다.
얼마 전 개최된 UN총회에서도 세계 각국의 압도적인 지지로 제4차 UN해양총회의 국내 개최가 확정되었고, 지난 11월에는 국내 최초 메탄올 컨테이너선도 새로운 항해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역대 최장기간의 고수온 상황에서도 긴급 방류 등 적극적인 대처로 피해를 전년 대비 87%가량 줄일 수 있었고, 우리 대표 수산식품인 김은 관세 장벽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인 10억불 이상의 수출 기록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국의 해양수산 현장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며 진심으로 소통하고 바다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던 시간들은 결코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입니다.
해양수산부 직원 여러분!
부산 이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이렇게 자리를 떠나게 되어 정말 마음이 무겁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에게 제기된 근거 없는 의혹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지금 해수부 부산 이전이라는 역사상 가장 큰 전환점을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저로 인해 해수부의 성과와 실적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직원 여러분들께서는 흔들림 없이 업무에 매진하여 주십시오.
저는 어디에 있든 해양수산부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로 남아 해양수도권 육성에 힘을 더하겠습니다. 제가 취임할 때 말씀드렸던 것처럼 북극항로는 대한민국의 내일을 바꾸는 새로운 항로가 될 것이고, 북극항로에 대비한 해양수도권 육성은 대한민국에 새로운 성장엔진을 장착하는 국가전략의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내가 일하는 곳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최전선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해양수도권 육성을 반드시 완수하여 주십시오.
사랑하는 해양수산 가족 여러분,
그리고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직원 여러분,
여러분과 함께 했던 약 140일간의 항해는 짧았지만, 우리가 함께 만든 실적과 성과들은 ‘해양강국 대한민국’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그동안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12월 11일
해양수산부장관 전 재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