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사태로 해운의 경제안보 기능이 다시 부각되는 가운데 한국해운협회가 올해 핵심에너지 화물의 국적선 적취율 제고와 K전략상선대 도입 법제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해운협회는 26일 서울 협회 중회의실에서 해운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2026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과 업계 현안을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양창호 상근부회장이 인사말과 주요 업무 브리핑,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양 부회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중동 정세가 해운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에너지 수송 차질이 국민 생활과 산업 전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해운이 곧 경제안보 산업이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적선대 확대와 핵심에너지 화물의 국적선 적취율 제고를 해운 안보의 두 축으로 제시했다.

협회는 이날 올해 주요 과제로 핵심에너지 국적선 적취율 제고 법제화, K전략상선대 도입 특별법 추진, 한국형 해사클러스터 구축, 해운-조선 상생발전협의회 운영, 해운-조선 경제안보기금 조성, 선박운항정보 공유와 AI 공동 기술개발 등을 제시했다. 친환경 설비 금융지원 확대와 중소선사 친환경 기자재 바우처 신설, 해양진흥공사 납입자본금 확대, 북극항로 시범운항 지원, 공정거래 소송 대응, 선원소득 전액 비과세, 선내 초고속 인터넷 보급 활성화, 사모펀드 소유 선사 해외 매각 방지를 위한 공동 인수 펀드 조성 검토 등도 올해 추진 과제에 포함됐다.
양 부회장은 특히 핵심에너지 화물의 국적선 적취율이 50% 미만에 머물러 있는 점을 문제로 짚으며, LNG와 원유, 철광석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전략 화물은 시장 논리만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경제안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국적선사 우선 계약 의무화 조항 신설과 장기운송계약 체결 화주에 대한 정책지원 법적 근거 마련, 가스공사 경영평가 개선을 통한 FOB 계약 확대 등을 통해 적취율 70% 확보를 목표로 한다.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핀셋 규제도 추진해 선사들의 입찰 애로사항을 개선할 계획이다.

K전략상선대와 관련해서는 평시에는 선사가 일반 상업 운항을 맡되 전시나 유사시에는 전략물자 수송에 투입할 수 있는 형태로 제도를 설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전략상선대 건조 시 중국과의 선가 차액을 보전하는 경제안보기금은 4월 발족하는 해운-조선 상생발전협의회를 통해 조선협회와 공동으로 추진한다. 협의회에서는 국산 후판 사용 시 중국산과의 가격 차 보전 방안도 함께 논의한다.
해운금융 분야에서는 시황 하락에 대비한 위기대응 펀드 조성과 중소선사 특별보증 지원 규모 확충을 추진한다. 해양진흥공사 출자 선사를 대상으로 금리·보증료 우대와 수수료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특별 보증 프로그램도 신설을 추진한다. 무역보험공사를 통한 중소선사 장기운송계약 기반 운영자금 보증 상품화도 병행한다. 국가 전략물자 운송 선사의 해외 매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매각 시 국적선 지위 유지 및 국가 물류망 기여도 평가 심사기준을 마련하고, 정책금융과 민간 자본이 참여하는 공동 인수 펀드 조성도 검토한다.

북극항로 개척과 관련해서는 시범운항 지원을 위한 극지운항 전용 금융·보험 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운항 매뉴얼 등 사전 준비 체계를 갖춘다. 양 부회장은 "북극항로는 다녀온다고 경험이 쌓이는 게 아니라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실질적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며 협회 차원의 준비 지원을 강조했다. 아울러 정책금융을 통한 해외 물류거점 확보와 통상 리스크 대응 체계 강화, 국적선사 전용 인프라 확보 등 글로벌 물류 공급망 안정화도 추진한다.
친환경 부문에서는 친환경 설비 개량 이차보전사업 재시행과 이자 보전율 상향, 중소선사 대상 친환경 기자재 바우처 사업 신설을 추진한다. 해상풍력 지원선 도입 관련 규제 개선도 함께 검토한다. IMO 중기조치 대응을 위한 선사 규모·선종별 맞춤형 감축 이행 로드맵과 종합 안내서를 작성·배포하고, LCA 기반 총소유비용 정량분석을 통한 경제성 평가 가이드라인도 제공한다. 녹색해운항로 파일럿 프로젝트 확대와 탄소집약도지수(CII) 등급 개선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 AI 기반 최적 항로·트림 기술 실증사업도 신규 추진한다. EU ETS 등 주요 지역별 규제에 대한 국적선사 영향 분석 결과 공유와 대응 솔루션 제공도 병행한다.

선박안전 분야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한 외부작업자 안전관리 기준을 수립하고 터미널·항만별 안전보건협의체 공동운영을 추진한다. 리튬배터리 등 위험화물의 안전한 해상운송 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서아프리카, 홍해지역 해상보안센터 정보 제공과 청해부대 지원을 통한 민관군 협력체계 구축도 올해 과제에 포함됐다.
질의응답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사태와 공정거래 이슈, 부산 이전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양 부회장은 호르무즈 해협에 억류된 국적선 26척과 선원들의 피로와 애로가 큰 상황이라며, 사태가 정리된 뒤 일정한 지원이나 보상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계약 없이 공선 상태로 중동 수역에 머무는 일부 중소선사 피해와 관련해서는 선사별 피해 상황을 파악해 정부 지원 방안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벙커유 가격이 3배 수준으로 급등한 데 대해서는 포스코·한전·현대제철 등 대형 화주들에게 장기 계약 선사의 유가 부담을 공동으로 분담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운 공동행위 관련 소송에 대해서는 당초 예상보다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최종 판단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협회는 동남아·한일·한중 항로에 대한 행정소송 지원을 계속하는 한편, 법 개정과 소송 대응을 병행해 선사 공동행위에 대한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톤세제와 관련해서는 투자이행 계획서 작성·제출 의무화와 신고서류 간소화·페이퍼리스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선박 도입·매각 시의 과도한 행정 절차와 세무 리스크 해소도 함께 추진한다.

외국인 선원 고용과 선원정책 개선도 올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협회는 외국인 선장·기관장 시범고용 활성화, 우수 외국인 해기사의 전문직업(E-5) 비자 장기체류 지원, 승선근무예비역 배정 규모의 1,000명 복귀 추진, 한국인 해기사 신규채용 인센티브 지원, 선원소득 전액 비과세 추진, 국적 해기인력 AI 역량 강화 교육 개설, 선원통계 고도화 등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2009년 이후 미개정 상태인 외국인선원 단체협약 정비도 올해 착수한다.
홍보 분야에서는 연안 주요 도시 마라톤 대회 후원과 서울 지하철 해운산업 이미지 광고 게재를 통해 대국민 인지도를 높이고, AI 영상제작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홍보 콘텐츠를 유튜브·SNS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협회 홍보를 위한 대학생 기자단도 운영한다. 회원사 임직원 재교육은 10개 강좌, 350명 규모로 추진하며, 아시아 주요국 경제동향과 전망 분석 자료도 정기 배포한다.
양 부회장은 "해운이 국민 생활과 직결된 경제안보 산업이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진 만큼 국적선대 확충과 제도 개선을 통해 산업의 책임을 더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