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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I, 흑자 전환 발판 사업영역 확대 추진…전쟁위험 워풀·부산사무소도 검토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이 지난해 56억 원 흑자를 기록하며 수익성을 회복한 데 이어, 외항선사 특별출자와 조합법 개정을 바탕으로 선박보험·재보험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중동 정세 불안과 북극항로 논의에 대응한 전쟁위험 워풀 구상, 외항선대 영업 확대, 부산사무소 개설 준비도 함께 추진 과제로 제시됐다.

KP&I는 8일 해운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2025년 경영성과와 2026년 사업계획을 공개했다. 안중호 회장은 인사말에서 "해운·조선이 발전하려면 관련 인프라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며 "KP&I가 우리나라 해운 전반의 인프라를 강화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밝혔다.

□ 25년 56억 흑자 전환…비상준비금 창사 이래 첫 600억 돌파

KP&I는 2024년 73억 원 적자에서 2025년 56억 원 흑자로 전환했다. 2024년에는 K사 선박 침몰 2건(각 1,000만 달러 규모) 등 대형 사고 3건이 잇따르며 큰 손실을 입었지만, 지난해에는 사고예방 활동 강화와 리스크 포트폴리오 조정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세부 지표도 개선 흐름을 보였다. 해외 선단 보험료는 2022년 450만 달러에서 2026년 130만 달러 수준으로 축소됐고, IG 제휴상품 보험료 분배율은 같은 기간 34%에서 45%로 높아졌다. 재보험 의존도도 63%에서 59%로 낮아졌다. 특히 올해 2월 재보험 갱신에서는 2019년 솔로몬 트레이더 사고 이전 수준에 근접하는 조건 개선이 이뤄지며 전반적인 리스크 구조와 재무 건전성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자본 기반도 강화됐다. KP&I는 2005년 이후 20년 만의 외항선사 자본 확충으로 27개 선사로부터 93억 1,000만 원의 특별출자를 확보했다. 당초 목표 100억 원 대비 납입률은 93% 수준이다. 이 특별출자금과 지난해 흑자가 더해지면서 2025년 말 비상준비금은 627억 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600억 원대를 넘어섰다. 조합은 올해 예산도 43억 원 흑자로 편성해 연말 650억 원 초과를 목표로 자본 완충력을 더 높인다는 방침이다.

클레임 건수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2021∼2022년 연간 750∼800건에 달하던 접수 건수가 현재는 연간 500건 수준으로 줄었으며, 2025년 최대 클레임도 약 250만 달러 규모에 그쳐 대형 사고 없이 한 해를 마쳤다.



□ 2026년 갱신 보험료 40만 달러 순감…해외 클럽 불법 영업도 도마에

2026년 갱신 결과 보험료는 약 40만 달러 순감소했다. 탈락 선박에서 180∼190만 달러가 이탈한 반면 신규 가입은 약 100만 달러에 그쳤으며, 보험료 인상분을 반영해도 순감 규모가 40만 달러에 달했다.

홍재모 전무는 "런던 클럽, 시보나스 클럽 등 해외 P&I 클럽들이 최근 국내에서 상당히 공격적으로 영업하고 있다"며 "코레스폰던트를 통한 대면 영업은 현행 제도상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크로스보더 방식의 P&I 가입 자체는 허용되지만 해외 보험사가 국내에서 직접 대면 영업을 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체 손해보험 시장(약 130조 원) 대비 선박보험 시장 규모가 약 3,000억 원에 불과해 금융당국의 감독이 사실상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 조합법 개정으로 선체보험·재보험 진출 추진

올해 사업계획의 핵심은 조합법 개정이다. KP&I는 현행 P&I 중심의 업무영역에 선박보험(H&M)과 재보험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제는 새 정부 국정과제 56번 '북극항로 시대와 K-해양강국 건설'의 하부 실천과제로 채택됐으며, 해양수산부는 관련 정책연구용역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발주한 상태다. 조합 측은 해수부와 협의를 거쳐 상반기 법안 발의를 목표로 하되, 하반기 국회 상임위 구성 이후 9∼10월부터 본격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의견 수렴을 위해 10개 선사로 구성된 조합법 개정 자문단도 꾸렸다. 지난 3월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 자문단 회의에서는 "KP&I의 역할 확대는 선사 입장에서 보험 구매 옵션이 늘어나는 것으로 적극 찬성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다만 국내 손해보험사와 해운조합의 반대가 걸림돌이다. 안 회장은 "선체보험은 선사·보험사가 일정 비율씩 분담하는 구조여서 시장 전체를 가져가는 게 아니다"라며 "손보사와 상생·협업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운조합에 대해서는 "내항과 외항으로 역할을 나누는 상생 방안을 제안했으며 상당히 열린 자세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 K-전략상선대·전쟁위험 워풀 구성 검토…베트남 진출 하반기 목표

조합법 개정이 이뤄지면 해운협회가 추진 중인 K-전략상선대(약 200척)를 대상으로 P&I와 선체보험을 결합한 패키지형 보험상품 제공도 가능해진다. 아울러 호르무즈 해협 사태 등 유사시 국내 선사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전쟁위험 워풀 구성도 검토하고 있다. 그리스가 1961년 자국 선대 전용 전쟁 풀을 구성해 운영 중인 사례를 벤치마킹해, 코리안리 등 국내 보험사·재보험사와 협업하는 방안이다. 북극항로와 관련해서도 보험 담보 제공, 위험 분석, 리스크풀 구성 방안이 향후 과제로 제시됐다.

외항선대 영업 확대도 병행된다. 최근 P사(2026년 갱신 시 8척)와 C사(2025년 8척, 2026년 7척 가입 확약) 등 대형 외항 선사 가입이 이어지고 있으며, 해외시장은 베트남·중국 현지 보험사와의 공동인수 방식으로 진출을 모색한다. 베트남의 경우 현지 보험사와의 기본 구조 합의가 상당 부분 이뤄졌으며 하반기 중 구체적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부산사무소 연내 개설…솔로몬 트레이더 소송 소장 미접수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발 등에 대응하기 위한 부산사무소 개설도 추진된다. KP&I는 3월 이사회에서 부산사무소 설치 안건을 보고해 승인을 받았으며, 인력 여건을 고려해 시기를 조율하면서 올해 중 개설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2019년 발생한 솔로몬 트레이더호 사고 관련 소송에 대해 홍 전무는 "조합이나 조합원에게 소장이 아직 송달되지 않았고 현지 재판 절차도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라며 "직접청구가 인정되지 않는 데다 소멸시효(3년)도 이미 경과했다"고 설명했다.

중동 사태와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조합 가입 선박이나 선사를 상대로 한 보상금 청구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은 전시 선원 임금 2배 지급 등은 선사가 개별 처리하는 사안으로 P&I 담보 범위와는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클레임 담당자 교육 확대, 신입 위주 인력 양성, 금감원 출신 변호사 채용, AI 기반 지식관리 플랫폼 및 LP 어드바이저 도입 검토 등을 병행할 계획이다. 안 회장은 "AI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반복 업무를 줄이고 직원들이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KP&I는 이번 흑자 전환과 자본 확충이 단순한 실적 개선에 그치지 않고 국내 해운산업 인프라를 강화하는 기반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 개정 과정에서 손해보험업계와의 이해 조정, 조직 역량 확충, 해외시장 리스크 관리 등은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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