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1시 경기도 고양시 행주내동의 농경지 한 가운데에 설치된 비닐하우스 겉으로 보기엔 영락없이 채소를 재배하거나 농업용으로 쓰이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다.(사진)
서울세관 지적재산권 전담 단속반이 일제히 급습한 결과 샤넬 등 명품 브랜드의 가짜 제품들이 보관돼 있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15일간의 미행과 잠복근무 끝에 이뤄진 현장단속이었다.
완강히 부인하는 혐의자와 잠시 실랑이가 있었지만 곧 진압 됬으며, 단속반은 비닐하우스에서 샤넬, 루이비통, 구찌 등 명품브랜드의 가짜 손지갑, 핸드백, 악세사리 등 1만399점, 2.5t 트럭 2대분을 찾아냈다. 진짜 상품가격으로 따지면 약 50억원에 이르는 물량이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비닐하우스 안에는 컨테이너를 설치해 그 속에 가짜 명품제품들을 숨겨놓고 보관창고 옆에는 고추, 오이 등 농작물을 재배해 마치 농사용 비닐하우스인 것처럼 꾸며 놓는 등 주도면밀했다.
단속반장 조운식 계장은 최근 들어 세관의 추적과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정교한 방법으로 위장하고 있어 시민들의 제보가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짝퉁’(가짜제품의 신조어)과의 숨바꼭질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관세청 소속 지재권 전담 단속반의 ‘짝퉁과의 전쟁’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혐의를 포착하면 미행과 날밤을 새는 잠복근무는 일상화돼 있다.
단속반은 주로 3~5명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교대 없이 1주일간을 잠복근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요즘에는 단속이 강화되니까 더 깊숙이 숨어 새로운 방법으로 가짜상품을 유통, 제조하고 있는 것도 세관 직원들을 어렵게 하고 있지만, 범행수법이 지능화되는 만큼 세관의 단속 양식도 더욱 과학적이고 치밀해지는 등 ‘진화’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4월16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100일간 ‘짝퉁 집중단속’을 벌이는 과정에서 우범 환적화물 선별시스템, 스파이더웹 시스템 등 최신 과학적 분석기법을 활용하고 일본, 칠레, 러시아 세관 등의 정보를 활용하는 등 치밀함을 펼쳤다. 그 결과, 100일간 320건을 적발해 1447억원의 위조상품을 압수했다.
최근 늘어난 신종 수법으로는 인터넷 등 사이버공간에서 개인 대 개인끼리 거래하거나 우편물 등을 통한 소액거래, 주택.사무실 등을 짝퉁 매장으로 활용하는 경우. 대량거래가 아니고 위장을 통해 거래하기 때문에 찾아내기도 어렵다.
지난 6월 7일에는 루이비통 상표를 침해한 중국산 지갑 3886점(진품시가 79억원 상당)을 수입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판매한 업자를 통화내역을 조회한 끝에 적발해 냈다.
서울세관 정신수 조사관은 인터넷 서버를 외국에 설치해 놓고 짝퉁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런 경우 사이트 폐쇄조치로 피해를 막는다며 겉은 한의원, 유치원인데 안은 짝퉁판매장인 경우도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짝퉁으로 인한 안전피해라고 세관직원들은 강조했다. 과거에는 의류, 시계 등 소비성 잡화가 짝퉁의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차량용 타이어, 램프, 운동기구 등 안전이 매우 중요한 제품들까지 가짜가 중국 등으로부터 유입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80억원 상당의 중국산 자동차용 알루미늄 휠과 브레이크 패드, 클러치 등 제품결함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제품들을 유통시킨 밀수범들이 적발돼 경악을 낳기도 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국내 업계의 상표를 도용함으로써 산업계에 피해도 걱정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안전피해를 보상받지 못하는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1990년 아이티에서 부동액이 들어간 위조 의약품을 복용한 어린 89명이 사망한 사건과 1989년 유럽지역에서 여객기 추락으로 탑승객 55명이 전원 사망한 사건도 위조 볼트 등 때문이었다. 세관 직원들은 ‘짝퉁은 범죄일 뿐 아니라 국가신인도에 치명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단속을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짝퉁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완전한 근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내가 구입하는 짝퉁은 남의 지식재산을 훔치는 행위이며, 나 하나쯤이 아닌 나부터 위조상품을 구입하지 않는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며, 짝퉁 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관련법을 손보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짝퉁을 유통 판매하는 자에게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위조품도 몰수하지만, 본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짝퉁을 구입했을 경우에는 처벌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