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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남극에 거액 들여 제2기지 세우는 까닭을 알아 본다

대륙기지·쇄빙선 등 남극 연구 박차

극단적인 기상이변의 재앙을 그린 영화 '투머로우'.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져 결국 지구 전체가 살인적인 빙하기를 맞게 된다는 이야기다.

  

영화가 설정했던 기상이변의 시나리오는 최근 기상연구를 통해 현실성이 더해지고 있다.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등 6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은 오는 2100년까지 해수면이 최고 88cm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보고서는 2030년까지 해수면이 현재보다 8~29㎝ 상승, 인도네시아 섬 2000개가 수몰될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로 대표되는 환경변화와 관련해 세계 각국은 극지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극지방은 지구 환경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지구환경 변화 연구 최적지 ‘남극’

  

김규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는 “남극은 남극대륙을 순환하는 해류와 대기 때문에 주변 대륙과 완전히 고립돼 있는 지구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이라며 “따라서 외부로부터 전해지는 아주 미세한 환경오염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지구환경 연구에 매우 적합하다”고 설명한다.

  

북극 역시 비교적 비오염 지역으로 환경변화 연구에 적합한 지역이나 북극해에 있는 섬들은 모두 주인이 있다. 예컨대 그린랜드는 덴마크, 스발바드제도는 노르웨이, 프란츠 요셉 랜드는 러시아 영토이기 때문에 연구기지를 임의로 세울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남극은 남극조약으로 특정 국가에 의한 영유권 주장과 자원개발을 금지하고 있다. 남극이 극지방 연구지로 더 선호되는 이유는 바로 과학적 목적을 지닌 어느 국가라도 진출해 연구작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극은 지구 온난화, 오존층, 엘리뇨 등 각종 환경변화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아낼 수 있는 중요한 연구 거점이다.

  

현재 극지방에서는 지구 전체 평균보다 10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민간투자 기대 어려운 기초과학분야, 극지연구

  

그러나 당장 손에 잡히는 이윤 창출이 힘들다는 이유로 민간 차원의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극지연구의 현실이기도 하다.

  

정부는 1988년 남극대륙에 세종기지를 세웠다. 세종기지 운영의 목적은 남극의 종합적 자연환경을 관측하고 분석함으로써 미래 지구환경 변화에 대한 파급효과와 예측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다. 이는 곧 미래한국의 든든한 과학적 자원이 될 것이다.


지속적 환경모니터링으로 환경변화 예측기술 개발

  

세종기지는 먼저 육상 및 해양수질 부문, 생물 군집·개체군 생태 부문, 기상관측 및 대기환경 부문 등 크게 세 부분의 환경모니터링을 수행한다.

  

중점 연구과제 타이틀도 △극지환경 변화 모니터링 △해양생물 자원 및 생태계 △빙하 및 대기환경 연구 △고해양 및 고기 후 등 환경변화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지난 세기말부터 관심이 고조된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현상, 지국 온난화와 엘리뇨·라니냐 현상, 이와 관련된 생태계 변화 연구를 위해 지속적인 오존관측이 진행되고 있다.

  

또 고층대기의 환경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적외선 분광계를 설치했고 고층대기에 존재하는 파동현상을 분석 중이다.

  

이 외에도 남극 광물자원 확보를 위한 지질환경 및 자원특성 연구, 남극해 유용생물자원 개발을 위한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다.

  

남극해는 막대한 양의 크릴과 저온에 적응한 독특한 생물자원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생물자원으로부터 추출한 결빙방지단백질, 저온활성효소 등은 신물질 개발과 고부가가치 상품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결빙방지단백질 등은 산업체 기술이전 및 동물 임상실험까지 마친 상태다.


극지연구 통한 장기대책 수립으로 환경 재앙 막아야

  

한국의 남극연구 역사는 올해로 19년째에 접어든다. 1988년 세종기지를 건설한 이래 다양한 연구활동이 이뤄져 왔지만, 현재 남극 킹조지 섬에 있는 세종기지는 위치상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극지 조건을 충분히 살린 연구를 하기에는 위도(남위 62도)가 낮다는 것이다.


한국해양과학원 극지연구소 쇄빙연구선 및 대륙기지사업단 남상헌 단장은 “남극 진출 초기에는 아무런 준비 없이 혹한과 블리자드(강풍을 동반한 눈보라) 속으로 뛰어들 수 없었기 때문에 환경이 그나마 좋았던 킹조지 섬으로 들어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 700억원을 투입, 2011년 건설을 목표로 예비 후보지 선정작업에 들어간 남극대륙 제2기지는 이처럼 세종기지의 지리적 한계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남 단장은 “제2기지 예비 후보지는 고층대기학, 빙하학, 천문학, 우주학 등 극지 본연의 연구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남위 70도 이상 ‘고위도 대륙지역’으로 물색 중”이라며 “현재 아리랑 위성으로 아문젠 해역 등 예비 후보지를 촬영 중이고 올해 10월 경에는 후보지 결정을 위한 전문가 공청회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2기지 건설이 완료되면 기존 세종기지는 남극연구를 위한 허브기지로 전환되고 해양분야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반면 제2기지는 육상 전진기지 개념으로, 세종기지에서 수행할 수 없었던 다양한 극지연구를 수행하는 ‘본격 순수 연구기지’로 특화된다.


대륙기지와 쇄빙선 없는 남극연구는 '앙꼬 없는 찐빵'

  

대륙기지 건설에 필수적인 쇄빙선 건조작업도 한진중공업과의 최종 계약 체결 이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쇄빙선(Icebreaker)은 얼음을 깨는 능력이 있어 남극대륙이나 북극해처럼 얼어있는 바다에서도 독자적인 항해가 가능한 선박을 말한다.


많은 나라들이 1980년대 이후 경쟁적으로 쇄빙선 건조에 나서 현재 남극에 상설기지를 두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가 자국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다. 자체 보유 쇄빙선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폴란드 두 곳 뿐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러시아 등으로부터 쇄빙선을 대여해 제한적인 연구작업만 수행해왔다.

  

남 단장은 “남극 연구에 있어서 대륙기지와 쇄빙선이 빠진다면 이는 전쟁터에 나가는 장군이 총, 칼 없이 출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로 이 두 가지 요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했다.

  

해수부는 올해부터 쇄빙기능을 갖춘 7000t급 종합해양과학조사선 건조 작업에 착수, 오는 2009년 9월에 완공해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해양연구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주요국 남극연구, 남극기지 운영 현황

  

1819년 영국의 윌리엄 스미스 선장이 남극을 발견한 이래 현재 남극에는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러시아, 칠레 등 20개국이 47개의 상주기지를 건설해 운영 중이다.

  

  

남극 연구에 가장 열심을 내는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1970년대에 이미 전문가 위원회를 만들어 남극 연구가 정치, 경제, 사회, 국방 등 모든 분야에 우선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엄청난 재정과 연구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영국, 일본, 독일 등 다른 나라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구과학, 빙하학, 생물학, 의학, 해양학, 기상학, 초고층대기물리학, 천체물리학 등 기초과학 분야부터 최근 미래 에너지로 부상하고 있는 연료전지 실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진행 중이다.

  

일본은 지난 80년대 지질연구 형식으로 남극대륙을 1차 지질조사를 마친 뒤 지구물리학 및 생물학 관련 막대한 양의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 있고,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지구 온난화 현상에 큰 관심을 갖고 남극에서의 이산화탄소 정화 기능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한 지원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상주기지를 운영 중인 20개국 중 18개국이 쇄빙선을 갖추고 있고 미국·영국·일본 등은 두 척 이상의 쇄빙선과 항공 수송기를 보유, 운영 중이다.

  

특히 올해와 내년은 ‘국제 극지의 해(International Polar Year, IPY)로 각국 남극기지들이 IPY 프로젝트 준비에 여념이 없다.

  

우리나라도 미국, 일본, 스페인, 칠레 등과 ‘남극 생물자원 조사’ ‘극지 대기연구’ ‘남극의 형성연구’ 등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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