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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탐방

현장취재=중국 동포 등 방문취업제 도입 무엇인 문제인가

폭발적 반응의 어두운 이면 사기 주의보
브로커 횡행·고액 한국어과외 등 문제도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사회를 알게 된 중국의 동포들은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코리안드림’을 안고 한국 땅에 물밀 듯 들어왔다. 자유왕래에 준하는 방문취업제 시행으로 그 때처럼 동포들의 행렬이 줄을 이을지, 제2의 코리안드림 시대가 개막될지 관심사다.

  

일단 방문취업제 대상자들은 한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편안한 마음으로 취업활동이나 개인 사업활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껏 고무돼 있다.

 

7일 서울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만난 중국 지린성 출신 김모(52·여)씨는 “친척 방문으로 지난해 12월 말 입국했는데 방문취업 비자를 받으면 한국에서 취업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 새벽부터 나왔다”고 했다.

 

다른 중국동포 이모(37·남)씨도 “단기방문 비자로 들어왔다가 만료 기간이 끝나가 불안했는데 마침 방문취업제를 한다고 해 너무 다행”이라며 “방문취업 비자를 받으면 앞으로 일자리도 가질 수 있고 중국에 있는 딸, 아들아이한테도 자주 다녀올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사진:방문취업비자 신청 3일째인 7일 오후, 서울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 곳곳을 발디딜 틈 없이 메우고 있는 중국 동포들)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국내에 연고자가 있는 경우 간단한 서류 한 장이면 끝날 정도로 절차가 간소화됐고 인지대 가격도 3만원으로 크게 비싸지 않아 동포들의 관심이 높다”며 “시행 첫 날이었던 5일부터 평소 방문자의 2~3배수를 넘는 동포들이 몰려들고 있어, 전 직원이 연일 비상근무 중”이라고 밝혔다.


첫날 5000명 몰린 서울 사무소…새벽 2시 반부터 ‘줄서기’ 경쟁

 

실제 H-2 비자 신청 현장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방문취업제 시행 이후 급작스러운 꽃샘추위에 함박눈까지 펑펑 내렸지만 5일 목동 출입국관리소에만 중국계 동포 4000여 명, 기타 국적 동포 1000여 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사무소 관계자는 “사람들이 몰린다는 소식을 듣고 번호표 앞 순번을 얻기 위해 새벽 2시반부터 줄을 서는 동포들도 있다”며 “오후 12시면 번호표가 동이 나기 때문에 번호표 암거래까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진:앞 순번 번호표를 미리 확보했다가 돈을 받고 거래하는 일도 횡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실제 H-2 비자 발급 대상자는 많지 않다. 동포사회에서 이슈가 되자 막무가내로 찾아와 본 사람도 있고, 체류기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 변경 신청 대상자가 아닌 사람도 적지 않았다.

중국동포 권모(45)씨는 “아직 체류기간이 많이 남아있지만 빨리 비자를 바꾸면 불안감을 덜 수 있을 것 같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왔다”고 말했다. 방문취업제 시행 첫 주였던 지난 5일~8일 H-2비자 신청 접수건수는 1500여 건을 상회했고 상담건수는 평균 1300~1400여건에 달했다.


부풀려진 내용 전파 우려… 정확한 내용 홍보 시급

 

제도 시행내용을 오해한 동포들이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 동포가 “H-2 비자로 변경하면 무조건 3년 동안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관리소 직원이 “H-2 비자가 발급돼도 허용되는 체류기간은 당초 인정받았던 비자 기간 중 남은 기간으로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직원은 “H-2 비자라도 3년이 지나면 출국한 뒤 다시 재입국해 외국인등록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지린성 출신인 박모(52)씨는 “비자 만료 기간이 다 돼 가는데 H-2비자만 있으면 체류기간 연장이 자동으로 되는 줄 알고 찾아왔다”며 “한국에 다시 오려면 중국으로 갔다가 다시 H-2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왔다갔다 하는 동안 겨우 구한 일자리를 잃게 될 것 같다”고 염려했다.

현재 방문취업제 시행내용은 일부 언론이나 동포들간 입소문을 통해 다소 과장된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최성휴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 조사1과장은 “잘못된 정보를 듣고 온 동포들이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을 상대로 같은 질문을 되풀이해 묻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노란색 안내띠를 두른 각 지역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동포들을 대상으로 수시 설명회를 열어 대상자와 신청접수 방법 등을 알려주고 있다. 출입국관리 본부는 다음 주 중 방문취업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은 홍보책자 '방문취업제, 어떤 제도인가요'를 한국어, 중국어, 러시아어 버전으로 인쇄해 배포할 예정이다. (사진:최성휴 과장이 나타나자 순식간에 동포들이 에워싸고 질문 공세를 편다)


방문취업제의 이면… 연변자치주에 ‘사기주의보’ 발령

 

중국과 옛 소련 동포들의 불이익을 해소하자는 훌륭한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지만 몇몇 불안한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흑룡강신문, 길림신문 등 중국 현지 동포언론들은 최근 사설 등을 통해 “추첨제 시행으로 동포들에게 도박 심리를 심어주고 ‘연고 동포’로 위장해 한국에 입국하려 하게 되면서 브로커들이 활개를 칠 길을 열어줬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 동북 3성에는 정보에 어두운 무연고 동포들을 상대로 ‘족보와 호적등본을 조작해 연고동포로 만들어주겠다’며 접근하는 악덕 브로커들이 등장했다.

 

한국말 시험을 겨냥해 한국어 학원과 고액과외가 성행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중국동포 출신으로 현재 한국국제노동재단 강사로 일하고 있는 김일남 씨는 “1년 전부터 방문취업제가 이슈화되자 중국 현지 동포사회에서 한국어시험과 관련한 각종 사기사건이 발생했다”며 “연변자치주 정부와 중국 지린성 공안 등이 ‘사기주의보’를 발령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중국 현지에 난립하고 있는 한국어 학원의 평균 수강료(20일 기준)는 우리나라 돈으로 70만~100만원을 호가한다. 유학(D-2) 자격으로 한국에 왔다가 체류기간이 만료돼 H-2비자를 신청하러 온 무연고 동포 이모(27)씨는 “한국말 시험을 다 맞아도 추첨에서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불안해 잠도 안 온다”며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 및 옛 소련 동포들에게 합법적 체류자격을 부여해 한국 정착을 돕겠다는 좋은 취지로 도입된 방문취업제.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의견 수렴을 통해 차츰 보완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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