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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지킴이

현장취재= 국가위기 관리의 현장을 가다

지난 8일 오후 3시, 인천 팔미도 근해에서 국제테러요원 6명이 기관총 등으로 무장하고 한국-중국 간 여객선을 탈취, 승객과 승무원 200명을 인질로 억류한 채 미국에 인도할 예정인 동료 테러분자들의 석방을 요구해 왔다.

 

테러범들은 이미 인질 1명을 살해했으며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5분 간격으로 1명씩 사살하겠다고 위협하는 급박한 상황. 우왕좌왕하거나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었다가는 대규모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다.

 

상황을 접수한 해양경찰청은 즉각 국가정보원과 해군, 경찰청, 소방방재청,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에 전파하는 한편, 테러대책 상임위원회에 무력진압을 건의했다.

 

 

국정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테러대책 상임위는 국가 대테러 활동의 관제탑 역할을 한다. 상임위는 추가적인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특공대를 투입한 무력진압을 전격적으로 결정한다. 작전은 함정 12척, 공기부양정 2척, 고속보트 6척, 헬기 3대, 구급차, 살수차 등 최정예장비와 400명의 훈련된 인력이 투입, 입체적으로 이뤄진다.

 

먼저 함정, 헬기, 고속보트가 납치된 여객선에 근접해 사이렌과 기류, 통신망을 이용해 정선을 시도한다. 해양수산부 행정선은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고 해역에서 선박 통제를 실시한다. 마침내 해군 고속정 1척이 납치된 여객선에 전속력으로 돌진해 조타실을 강타, 강제로 배를 세우는데 성공한다. 배가 서는 것과 동시에 헬기와 함정에 있던 저격수는 갑판에 나와 있던 테러범 2명을 사살한다.

 

곧이어 헬기에 타고 있던 해경 특공대들이 로프를 이용해 갑판으로 내려온 후 여객선실로 침투, 나머지 테러범들을 사살하거나 생포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총격과 폭음에 놀란 일부 승객이 바다로 탈출하는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헬기와 고속보트가 나서 바다에 빠진 승객들을 구조하는 한편, 부상자들은 헬기와 공기부양정으로 신속히 육지로 이송했다.

 

같은 시간 육상에서는 경찰청 기동타격대가 비상출동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으며, 응급구조를 위해 소방청 119 구급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 시각이 오후 3시 30분. 인천 앞바다 대테러 진압 작전은 성공리에 종료됐다.

 

물론 이는 실제상황이 아닌 훈련상황으로 테러 발생 시 우리 정부의 대응체계를 확인해 보는 자리였다. 테러에 대한 효과적 대응의 관건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일사불란한 관계기관 협조와 역할 분담이다.

 

이번 대테러 진압 작전은 정확히 사건 발생 30분만에 상황을 종료시켰다. 단 1분도 우왕좌왕 하거나 윗선의 보고를 기다리며 타이밍을 놓치거나 하는 일없이 일사천리로 성공적으로 작전이 완료됐다.

 

이번 훈련에서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각 기관별로 자체 분석이나 판단, 협의하며 시간을 보내는 대신, 테러대책 상임위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속하게 무력진압을 결정함으로써 인명 피해를 막았다는 점이다. 각 기관들은 평소에 숙지해온 지침과 매뉴얼에 따라 부여된 역할을 기민하게 수행했다.

 

이 같은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와 관계부처가 지난해 6월 마련해 놓은 ‘테러 위기관리 표준매뉴얼’과 '테러위기 대응 실무 매뉴얼'에 따른 것이다.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대응조치를 정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각 상황별로 미리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참여정부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테러대응체계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에 대비해 1982년에 만들어진 대통령훈령 47호 ‘국가대테러 활동지침’에 근거하고 있었다. 이 지침은 남북 대치 상황을 중점적으로 염두에 둔 것이어서 9.11사태 이후 국제안보의 주된 도전으로 부각된 뉴테러리즘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참여정부 들어 NSC 사무처는 수 차례 관계기관 회의와 NSC상임위원회 심의를 거쳐 3단계 국가테러대응 체계안을 지난해 1월 노무현 대통령 주재 안보장관회의에서 확정했다.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한 ‘테러대책회의’가 전략을 결정하며, ‘테러대책 상임위원회’가 테러 정책을 통합 지휘하고, 그 밑에 국정원 산하 테러정보통합센터가 테러 관련 정보를 종합 수집ㆍ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이와 함께 군ㆍ경찰ㆍ소방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대테러 상황실’이 설치돼 24시간 국내 테러 상황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정부는 이 같은 시스템에 따라 지난해 4월 발생한 런던 지하철 테러, 같은 해 11월 부산 APEC 행사 등 테러위협 정보 입수나 현안 발생 때마다 테러대책회의ㆍ테러대책 상임위ㆍ테러대책 실무회의 등을 적시에 가동, 종합적인 테러 안전대책을 마련해 왔다.

 

국가테러대응체계가 갖춰지자 NSC 사무처는 △테러 발생 시 범정부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위기대응 체계 및 경보(관심→주의→경계→심각) 체계와 기관별 임무 △기관별 임무와 역할, 기관 간 협조 체계 등을 규정한 ‘테러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을 지난해 6월 제정했다.

 

표준 매뉴얼에는 테러 예방과 대비 활동의 중점 방향이 제시돼 있으며, 특히 테러 유형을 국내일반ㆍ국외ㆍ항공ㆍ화학ㆍ생물ㆍ방사능ㆍ해양ㆍ군사 테러 등 8개로 구분하고 유형별로 주관기관을 지정했다.

상황 발생 시 어느 기관이 책임지고 대응해야 하는 지를 분명히 하고, ‘테러사건대책본부’, ‘현장지휘본부’ 등의 구성 체계와 임무, 단계별 처리 절차까지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3월 KBS 용태영 기자 피랍사건 당시 정부의 대응이 바로 이 매뉴얼에 따라 이뤄진 사례다. 외교통상부는 14일 밤 11시께 피랍사실을 인지하고 매뉴얼에 따라 즉각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건대책본부를 다음날 새벽 1시에 가동했으며, 아침 7시에 범정부 테러대책실무회의를 개최했다. 이어 오후 4시에는 정부현지대책반을 현지로 급파해 피랍된 지 만 하루만에 용 기자를 석방시킬 수 있었다.


참여정부 이전에는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주무 장관이 전화로 대통령에게 보고한 후 상황판을 청와대로 들고 와 지도를 짚어가며 설명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현재 NSC사무처 국가안보종합상황실에서는 영상을 통해 현지 상황을 바로 파악할 수 있으며, 관련 부처 및 기관과의 영상회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국제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으로 떠오른 테러에 대해 우리 정부는 시스템으로 예방하고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세계 각국의 테러 동향과 테러조직, 테러수법 등을 입수해 예방책을 마련하는 한편, 세계 각국 현지 대사관을 통해 교민들에게 전파하고 해외여행객과 해외 파견 상사원들도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각국 정보기관과 협조해 국제 테러분자 관련자의 입국을 저지하고 혹시 국내에 이미 들어와 있을 지 모를 테러 연계자나 동조ㆍ지원세력 색출 활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또 최근 국제 테러조직의 수법이 무차별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지하철, 호텔,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의 안전실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며,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화약ㆍ화공약품, 병원체 등 생화학물질에 대한 점검도 강화한 상태다.

 

NSC사무처 김영근 안보위기상황관리팀장은 “1982년 만든 ‘국가대테러활동지침’으로는 9.11테러 이후 국제적인 ‘메가 테러리즘’에 대응할 수 없어 지침을 개정하고 매뉴얼로 보완 대체했다”며 “무엇보다 각 기관별로 임무와 역할이 분명해지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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