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으로 서민 세감소 5년간 2조8500억원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이 중산·서민층에 유리하게 조정돼 내년이후 발생하는 소득분부터 소득세 부담이 많게는 20%정도 줄어든다.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해온 자영업자도 의료비와 교육비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트여, 이들도 근로자와 같은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가업상속공제가 최대 30억원까지 확대돼 15년 이상된 중소기업을 부모로부터 물려받게 될 경우 상속세가 줄어들고, 대기업도 연구개발(R&D)비 지출에 대해 보다 많은 세제혜택을 받게 된다. 아울러 내년부터 지방 이전기업이나 지방에서 창업하는 중소기업은 최대 70%까지 법인세를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 감면율도 현재는 5년간 100%, 2년간 50%에서 10년간 100%, 5년간 50%로 확대된다.
정부는 22일 이 같은 내용의 ‘2007 세제개편안’을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발표하고, 올해 정기국회에 소득세법 등 11개 세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마련한 이번 세제개편안은 특히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 근로의욕 고취 등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와 학계 등으로부터 제기된 다양한 세제개편 요구에 대해 전문가 T/F 회의개최, 현장방문 등을 강화했다.
허용석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20일 브리핑을 통해 “시장의 얘기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다”며 “다양한 세제개편 요구와 자체 발굴한 제도개선과제를 세제개편안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후속조치, 2단계 국가균형발전 등 올해 세제측면에서 마무리지을 과제를 점검해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세제개편으로 근로자, 자영업자 등 중산서민층이 얻게 되는 세제감소 규모는 2008년~2013년간 2조8430억원, 대기업은 1130억원 등 총 3조5480억원에 이른다.
◆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중산·서민층일수록 세부담 크게 줄어
이번 세제개편안의 가장 큰 특징은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을 통해 근로자나 자영업자의 세부담을 크게 낮췄다는 것이다. 현재 과표구간은 1996년이래 △1000만원 이하 8% △10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 17% △4000만원 초과~8,000만원 이하 26% △8000만원 초과 35% 등 4구간으로 고정돼 왔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안에선 △1200만원 이하 8% △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 17%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 26% △8800만원 초과 35%로 조정, 최저구간에선 20%, 중간구간은 15%, 최고구간은 10%를 각각 상향했다.
결국 저소득층일수록 세금 경감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셈이다.
예를 들면 연봉 4000만원에 자녀 2명을 둔 가장은 소득세로 현재 총 132만원을 내야 하지만 개정된 소득세제 하에선 114만원만 내면 돼 세금을 13.6%나 줄일 수 있게 된다. 같은 조건의 연봉 8000만원인 가장은 843만원 내던 세금을 771만원을 내게 돼 세금을 8.5% 덜 내도 된다.
정부는 내년 이후 발생하는 소득분부터 적용할 경우 2008~2013년간 과표구간 조정을 통해 감소하는 세액은 1조1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중 과표금액 4000만원 이하 계층은 약 5900억원, 과표금액 8000만원 초과계층은 2400억원의 소득세가 경감되는 것이다.
정부는 또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해 성실히 납세해 온 자영업자에 대해 의료비, 교육비 공제를 통해 큰 혜택을 부여했다.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사용이 대중화되는 등 정부의 지속적인 과표양성화 추진에 따라, 자영업자의 세원투명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를 들어 1년간 장사해서 소득(수입-비용)이 2000만원이라고 신고한 성실사업자(자녀 2명)는 현재 158만원을 내야하나 개정된 제도에 따라 66만원만 내면돼 58%가 경감된다는 말이다. 이 제도는 내년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운용하되 시행성과를 보아가며 공제대상 등이 단계적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자녀를 출산하거나 입양한 당해연도에 출산·입양한 자녀 수에 따라 1인당 200만원의 추가공제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쌍둥이를 낳을 경우 400만원이 공제된다.
아울러 농어촌 등에서 서민의 난방용 기름으로 많이 사용되어 온 등유 가격도 특별소비세 인하(181원/ℓ→90원/ℓ)로 인해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 내년부터 15년된 중소기업 상속시 최대 30억 공제
이번 세제개편안은 원활한 중소기업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일정 조건이 되는 중소기업일 경우 상속세를 대폭 낮췄다. 가업상속공제 한도가 현재는 1억원까지이지만 내년 상속개시분부터 최대 30억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도록 한도를 확대했다.
최소 2억원은 기본 공제하도록 하고, 상속재산의 20%가 더 많을 경우 30억원 한도에서 그 금액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상속재산이 100억원이고 배우자가 있다고 가정하면, 현재는 공제금액이 가업상속공제 1억원을 더해 11억원(일괄공제 5억, 배우자공제 5억 가정) 밖에 되지 않아 약 40억원을 상속세로 내야하지만, 기업상속공제를 20억원(100억×20%) 받을 수 있어 총 30억원까지 공제된다. 이에 따라 상속세도 30억원으로 줄어, 결국 이 상속자는 10억원의 세부담을 더는 셈이 된다.
다만 상속개시일 현재 피상속인이 15년이상 기업을 운영(이중 80%이상 기간은 대표이사로 재직)해야 하며 조세특례제한법상 중소기업이라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또 전경련 등 재계에서 오래전부터 제기해온 연구개발(R&D) 지출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했다.
정부는 증가분 세액공제 방식[(당해연도 R&D지출액-직전 4년평균 R&D지출액)×40%]을 유지하되 매출액에서 R&D가 차지하는 금액이 많을수록 최대 6%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도록 당기분 방식을 추가했다.
정부는 또 파트너십 과세제도를 도입해 오늘날 기술, 자본, 사람끼리의 결합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 이번 세제개편안에 담았다.
◆ 신용카드 공제, 총급여액의 20% 초과분의 20%로 바꿔
신용카드, 직불카드, 현금영수증 등 사용금액에 대해서 ‘넓고 약한’ 공제에서 ‘좁고 강한’ 공제로 바뀐다.
현재는 총급여액의 15%를 초과하는 금액의 15%를 공제금액으로 인정했으나 개정안은 총급여액의 20% 초과분의 20%를 공제금액으로 설정했다.
전체 소비금액 중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금액 비율이 올해 60%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현금영수증 발급액도 40조원이 초과될 것으로 보이는 등 과표양성화가 많이 진전돼 대상을 좁히되 공제혜택은 올린다는 생각에서다.
내년 8월부턴 현금구매가 5000원 미만이더라도 현금영수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하는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발행 건당 20원의 세액 공제도 같이 시행된다.
한편 개정안은 농어업용 면세유 부정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농어업용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경우 감면세액의 10%를 가산세로 추징하는 것을 40%로 인상하고, 부정유통 적발시 면세유 공급중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했다.
◆ 지방 이전·창업 기업 법인세 최대 70% 감면
이번 세제개편안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지방의 기업투자환경 조성에도 신경썼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지방 이전기업이나 지방에서 창업하는 중소기업은 최대 70%까지 법인세를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 감면율도 현재는 5년간 100%, 2년간 50%에서 10년간 100%, 5년간 50%로 확대된다.
또 기업이 수도권과밀 억제권이나 광역시 이외의 지방으로 본사나 공장을 옮길 경우 종전 부지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이연 기간을 현행 ‘3년거치 3년 분할과세’에서 ‘5년거치 5년 분할과세’로 연장했다.
지방이전 기업의 종업원들에 대해서도 일시적으로 2주택을 보유할 수 있는 기간을 현행 2년에서 5년으로 늘려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방의 혁신클러스터 육성을 위해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개발 예정지구에 있는 공장을 팔고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경우 개인은 새로운 공장을 처분할 때까지 양도세 과세이연 혜택을 받고, 법인의 경우는 ‘5년거치 5년 분할’ 익금산입된다.
한편 한미 FTA 협상의 후속조치에 따라 2000cc를 넘는 승용차의 특소세율을 현행 10%에서 FTA 발효시에는 8%를 적용하고, 이후 매년 1%p씩 낮춰 3년 후에는 2000cc 이하 자동차와 동일한 5%로 단일화된다.
특소세가 면제되는 경차 범위도 내년부터는 현행 배기량 800cc이하에서 1000cc 이하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경차보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수용 후 보상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경우 양도세 감면비율도 현행 15%에서 20%로 확대된다.
예컨대, 총보상액이 10억원이고, 채권보상액이 5억원, 양도세 산출세액이 2억원이라면, 현금보상분(10%)에 대해 1000만원, 채권보상분(20%)에 대해 2000만원 등 총 3000만원의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 신용카드 국세납부 도입·연말정산 간소화 등 세제 선진화
200만원 이하 금액이라면 소득세, 부가가치세, 종합부동산세 등 국세를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납세편의를 높이면서 영세한 개인납세자가 체납시 부담하는 가산세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스템 구축기간을 감안해 내년 10월 이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한도금액은 200만원 이하이며, 1% 내외의 카드수수료는 수익자 부담 원칙 준수 필요성, 현금납부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납세자가 부담토록 했다.
또 보험료, 의료비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간소화 대상에 주택자금공제와 소기업·소상공인공제부금 소득공제 등 2종이 추가된다. 이에 따라 전체 소득공제항목 18개 중 11개는 증빙서류를 제출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진다.
한편 기부문화 활성화 차원에서 개인의 지정기부금 공제한도를 현행 소득금액의 10%에서 오는 2008년에는 15%로, 2010년에는 20%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공제대상 인적범위도 거주자의 배우자와 자녀가 지급한 기부금까지 포함된다.
이와 함께 공익법인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모든 공익법인이 전용계좌를 개설해야 하며, 위반시 미사용금액의 0.5%를 가산세로 내야 한다. 현재는 사회복지법인만 전용계좌 개설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종교와 학교법인을 제외하고 자산총액이 30억원 이상인 공익법인은 매년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