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 바다를 움직였다…‘바다가는 달’ 캠페인, 해양관광 회복 견인
연안·어촌 방문 내국인 12.3% 증가…정책 주도 캠페인 효과 입증
외국인 소비도 17.5% 증가…간접적 파급효과 확인
지역 간 소비 편차 두드러져…체류형 소비 확산은 과제로 남아
문화체육관광부, 해양수산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으로 추진한 범정부 해양관광 캠페인 ‘바다가는 달’이 실질적인 관광 수요 증가를 견인하며, 정책 기반 해양관광 활성화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조정희)은 최근 ‘바다가는 달’의 정책 효과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지난 2025년 5월 한 달간 시행된 이번 캠페인이 전국 연안 및 어촌지역의 관광 회복에 뚜렷한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바다가는 달’은 ‘파도 파도 끝없는’을 슬로건으로, 연안·어촌지역에 숙박, 체험, 입장권, 관광상품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지역 특화 콘텐츠와 행사를 연계한 전국 단위 해양관광 캠페인이다. 해양수산부와 문체부, 관광공사가 공동 운영한 첫 범부처 협업 캠페인으로, 2025년 5월 한 달간 집중적으로 전개됐다.
KMI 해양관광·문화연구실 최일선 박사팀과 한국관광공사가 공동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캠페인이 시행된 5월 한 달 동안 연안·어촌지역을 방문한 내국인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2.3%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과 동해권 연안지역은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단순한 계절적 요인이 아닌 정책 캠페인의 직접적인 효과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같은 기간 연안·어촌지역 소비 규모도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이는 전체 관광시장 소비 증가율(0.37%)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지만, 기대보다는 다소 낮은 수치로 분석됐다. KMI는 국내 관광시장이 전반적으로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정책 효과가 일부 상쇄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외국인 관광 수요에서도 정책의 간접적 영향이 나타난 것이다. ‘바다가는 달’은 내국인 대상 캠페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연안·어촌지역 소비는 전년 동월 대비 17.5% 증가했고, 방문자 수도 18.0% 증가한 962만 명에 달했다. KMI는 이를 간접적 파급효과(spillover effect)로 해석하며, 국내 캠페인이 외국인 관광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역별 소비 증감은 지역 간 격차를 여실히 보여줬다. 전북(10.8%), 강원(10.7%), 충남(8.1%)의 연안지역에서는 소비 증가율이 두드러졌던 반면, 제주(–8.7%), 울산(–2.0%)은 오히려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제주 연안은 전년 동월 대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하며, 해당 지역의 관광 수요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소비 업종별로는 식음료와 쇼핑 비중이 높은 반면, 숙박과 여가서비스 소비는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부산은 쇼핑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충남과 전북은 여가서비스 비중이 뚜렷했다. 숙박 소비는 제주와 강원에서만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여전히 체류형 소비로의 전환에는 과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캠페인 만족도 조사에서는 높은 평가가 확인됐다. 참여자의 90.3%가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응답했고, 특히 지역 특화상품 참여자의 만족도는 5점 만점 중 4.67점으로 가장 높았다. 재이용 의향 또한 95% 이상으로, 경험 중심의 콘텐츠가 관광 수요 유인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실증적으로 입증됐다.
이번 ‘바다가는 달’ 캠페인은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추진된 최초의 전국 단위 해양관광 캠페인으로, 정책 연계 구조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MI는 향후 캠페인의 연례 정례화 및 제도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연안·해양관광 활성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정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은 “방문보다 머무름, 소비보다 체험이라는 방향으로 연안·해양관광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밀한 데이터 기반 분석을 바탕으로 지역별·세대별 특성에 맞춘 관광정책을 설계해, 내수 진작과 지역경제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정책 모델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