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업계 “현대LNG해운 해외 매각 중단해야” 에너지 안보 위기 우려 속 정부 역할 강화 촉구
연간 1조 달러 규모의 교역과 10억톤에 달하는 물동량 가운데 99.7%를 선박으로 실어 나르는 한국에서 해운업계가 국내 최대 LNG 수송선사인 현대LNG해운의 해외 매각 움직임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송 역량이 해외 자본에 넘어갈 경우 국가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이하 한해총)는 12월 1일 현대LNG해운을 인도네시아 기업에 매각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가 국가 경제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매각 저지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해총은 성명에서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에서 해운은 제4군의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 안보의 핵심”이라며, 원유와 가스를 포함한 주요 전략물자의 해운 의존도가 사실상 100%에 달하는 상황에서 핵심 에너지 수송 선사가 해외 기업으로 넘어가는 것은 “국가 에너지 공급망을 스스로 취약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LNG해운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IMM PE 등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회사를 인도네시아 기업을 포함한 해외 자본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LNG해운은 LNG 전용선 12척, LPG 전용선 6척 등을 운영하며 한국가스공사가 도입하는 국내 LNG 물량의 수송을 전담하는 역할을 수행해 온 대표적인 LNG 전문 선사다. 한해총은 현대LNG해운이 해외 자본에 매각될 경우, LNG 및 LPG 등 국가 전략물자 운송에 필요한 선박 자산과 고급 해기사 인력이 함께 유출되고, 수십 년간 축적된 LNG 수송 운항·안전관리 노하우 역시 국부와 함께 빠져나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가 비상사태 시 정부가 국적 선박을 활용해 긴급 수송에 나설 수 있는 징발·투입 체계에도 심각한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성명서는 특히 국적선 LNG 운송 비중의 급격한 하락 가능성을 구체적인 수치로 짚었다. 한해총에 따르면 현재 38.2% 수준인 국적선사의 LNG 적취율은 2029년 12% 안팎으로 떨어지고, 2037년에는 0%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가스공사와 장기운송계약을 맺고 있는 현대LNG해운마저 해외 자본에 인수될 경우 “LNG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적인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운업계는 이번 매각 추진이 정부 정책방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국정과제에 핵심 에너지 운송 분야에서 국적선 이용률을 70% 이상 유지하고, 관련 선박의 해외 매각을 방지하겠다는 방침을 담고 있으며, 해양수산부도 관련 내용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내년 중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해총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홍해 정세 불안 등 최근 국제 분쟁에서 나타난 ‘에너지의 무기화’ 양상을 언급하며, “우리 선박 없이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대LNG해운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다른 에너지 수송선사들까지 매각이나 해외 이전을 검토하는 도미노 현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제시했다. 한해총은 “100만 해양가족의 이름으로 정부가 현대LNG해운의 해외 매각을 저지하고, LNG를 비롯한 우리나라 전략물자의 안정적 공급망을 지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